[창간 80주년] 포항경제의 미래는? ‘신산업…수소에 주목'

김웅희 기자 2025. 7. 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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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 구축 및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 중심도시 도약 구상
2022년 정부 ‘수소도시 조성사업 대상지’ 선정…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수소특화단지’ 선정
포스코, 자체 개발 ‘하이렉스(HyREX)’ 공법 중심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추진
포항시, 수소 산업 인허가 간소화 조례 정비 등 각종 법적 제도적 지원 총력
포항블루밸리국가 산단에 들어선 대규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이 발전소의 연간 전력생산량은 3만3천여 가구가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포항시 제공

포항은 철강으로 고도 성장을 이뤄냈다. 1960년대 인구 5만 명 어촌마을에서 현재 경북 제1도시로 우뚝 섰다. 하지만 한때 '산업의 쌀'로 위세를 떨쳤던 철강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대거 내뿜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기 시작하면서다.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1위 사업장은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2위는 포항제철소다. 철강도시 포항의 온실가스 문제는 어느 지자체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철강산업은 현재 중국산 철강 공세와 미국 관세 등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진 상태다.
포항 야경, 포항은 철강산업과 이차전지의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과 마이스산업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진홍 기자

철강의 성장동력이 고갈되자 포항시는 철강 이외의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통해 철강부문에서 커지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차전지와 바이오, 수소 등이 대표적이다. 시는 이 가운데 수소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육성에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구축과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이라는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 중심도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수소연료전지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 중 하나다. 수소차, 수소충전소, 수소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산업은 수소경제를 실현할 핵심 요소로 각광받는다.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친환경 에너지다. 효율성이 높아 주거뿐만 아니라 드론, 자동차, 건설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포스코국제관에서 열린 '포항 국제수소연료전지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국내 최초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풍부한 수소 기반 인프라를 갖춘 포항은 수소연료전지 산업의 최적지로 꼽힌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국내 최대 부생수소 생산능력과 수소 배관망을 갖췄다.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등 대학과 연구소, R&D기관도 밀집해 있다. 안정적인 수소 공급과 수소 연구 및 개발을 지원할 수준 높은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동해 유일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을 보유해 수소연료전지 관련 소재 유통과 공급이 수월한 것도 강점이다.
지난해 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한 발 앞서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먼저 지난 2022년 '포항시 수소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수소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서다.

2023년 1월 '수소에너지산업과' 신설에 이어 12월에는 경북 최대 규모의 수소충전소를 준공했다. 지난해 1월에는 한수원 직영 첫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인 '포항에너지파크'를 준공해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19년에는 포항테크노파크 내에 국제공인시험기관인 '수소연료전지 인증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곳에 최첨단 검인증 장비를 도입해 수소연료전지 전 분야에 걸쳐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국제적인 역량을 갖췄다.

포항시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 2022년 정부의 '수소도시 조성사업 대상지' 선정으로 이어졌다. 2023년엔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사업' 예타 통과라는 열매를 맺기도 했다.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수소특화단지'에 선정돼 수소경제 중심도시 도약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최상목(왼쪽 두번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항 수소환원제철 매립예정부지에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수소특화단지는 정부가 수소 기업의 성장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정하는 산업 집적 지역이다. 수소특화단지로 지정되면 단지 내 전용 인프라 구축과 R&D, 세제혜택, 기술 개발 등에 정부 예산이 우선 투입된다. 기업 입주와 유치 지원, 인재 양성 등을 위한 정부 보조금 등 인센티브도 지원된다.

포항 수소특화단지는 국내 최초 연료전지 클러스터로 조성되고 있는 블루밸리 국가산단 내 28만㎡ 부지에 조성된다. 수소 관련 기업의 입주 공간과 부품·소재성능평가센터 및 연료전지 시스템 실증센터 건립이 핵심이다. 세부적으로는 2028년까지 연료전지 부품소재 검증 인프라 구축과 MW급 연료전지 시스템 실증 기반을 확보한다. 이어 2035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소재·부품·장비 연계 강소기업 20개사 육성 및 부품·소재 국산화율 100%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수소 전주기 분야 기업 70개사 유치, 매출 1조 원 달성, 일자리 1만 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시는 수소특화단지와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와의 시너지 효과로 글로벌 기업들의 포항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6개 기업과 1천492억 원의 투자협약이 체결된 상태다.

△수소환원제철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해 12월 대한주택건설협회에 '국내산 철강 사용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시장은 공문을 통해 "철강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산 철강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국내 다수의 대형 건설사가 회원사로 있는 곳이다.

포항시장이 직접 나서 건설사들에 국내산 철강 사용을 호소한 것은 그만큼 포항의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이 침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잇따라 폐쇄했다. 포항제철소의 지난 4월 조강 생산량은 88만8천t으로, 고로가 정상 가동됐던 2023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은 지난달부터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가동하면 할수록 매달 56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대제철은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도 매각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포항시는 주력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답을 수소에서 찾았다. 수소환원제철 건립에 따른 저탄소 고부가가치 철강 생산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자체 개발한 '하이렉스(HyREX)' 공법을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렉스는 파이넥스 공정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다. 유동환원로에 수소 25%를 사용하는 파이넥스 공법과 달리 수소를 100% 사용한다. 철광석 분광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원료 확보가 쉽고, 생산원가가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설비 기술 측면으로 볼 때 온도 제어에도 유리하다.

포스코는 30만t 규모의 시험 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후 2050년까지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다만 상용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 고로 매몰 및 수소환원제철소 건립 비용은 약 54조 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 등을 포함할 경우 총 68조5천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기술 실증에만 약 1조 원에 가까운 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지원 약 3천억 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수소환원제철소가 들어설 산업용지 확보도 문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인접한 공유수면을 매립해 축구장 40개 크기(135만㎡)의 공장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의 매립실시계획 승인 절차를 거치면 본격적인 착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대규모 공유수면 매립에 따른 어업권 피해 보상 문제가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지역 어민단체에서 요구하는 보상액은 2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순조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지역 어업인과 소통하고 지역 상생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포항시 역시 인허가 간소화, 조례 정비, 정부 협력 등 각종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은 과거 철강산업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견인한 저력이 있는 도시"라며 "수소연료전지와 수소환원제철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수소 경제 중심도시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3FINEX(파이넥스) 공장 전경. 포스코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를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지난해 10월 최상목(왼쪽 두번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항 수소환원제철 매립예정부지에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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