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취지 좋았는데 하필 ‘계엄옹호파’ [안소현의 1주1컷]

안소현 2025. 7. 23. 11: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李, 당선 전부터 모든 연설에서 ‘국민통합’ 강조
정규재 추천 인물 강준욱, 극우 색 강하게 드러나
대통령실 “인사기준 문제 없어…후임도 보수 임명”
野, 냉소적 반응…향후 보수 인선 정치적 부담될 듯

정치권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 장면, 한 장면이 기억돼야 합니다. 논란이 되거나 질문을 남긴 사건의 이면, 때로는 가려졌던 의미를 되짚으며 뉴스의 흐름 속에서 ‘놓치기 아까운 한 장면’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들여다봅니다. 매주 목요일, 정치권의 가장 생생한 순간을 다시 꺼내보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정치교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민통합정부’를 구상했다. 각종 사법리스크로 애를 먹고, 자신을 향한 가짜뉴스들로 정치적 공격을 받았지만 이 대통령 옆에는 그를 지키는 강성 지지층이 있었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은 이 대통령 외에는 철저히 인물들을 정치적 논의에서 배제시키는 ‘갈라치기’ 전략을 사용했다. 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제는 국민을 통합해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대통령은 보수 인사도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된다면 기용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곧장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4일 당선이 확실시 된 오전 1시경 ‘빛의혁명’의 장소였던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다. 그 책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취지는 좋았다. 취지만 좋았다. 그 취지는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흔들리고 있다.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지난 22일 자진사퇴하면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강 비서관은 자진 사퇴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국민께 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 비서관은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던 올해 3월 15일 펴낸 ‘야만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책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이라며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여론 선동”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회에 무장 군인이 창문을 깨며 침입하고,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눠 국민적 분노를 산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한 것이다. 개인의 생각은 자유지만, ‘국민통합’ 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매번, 전국 순회 연설에서 “(보수는) 내란우두머리 윤석열과 단절해야 한다”, “(국민은) 민생에 무관심한 가짜 보수 정권의 피해자”라며 비상계엄 사태를 목소리 높여 비판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저는 극좌가 아니다”고 말하며 양극단의 정치를 경계했다.

강 비서관은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추천한 인사다. 지난 대선 때 정 주필은 이 대통령을 지지하며 외연 확장에 도움을 줬다. 사퇴 관련 브리핑 때 강유정 대변인은 “인사 대상자의 저서는 안 본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인수위원회가 없어 사후적으로라도 검증의 한도가 넘는 문제가 발견됐을 때, 여기에 대한 대응에 주목해달라”고 인사기준 문제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 눈높이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면 어느 인사든 상관없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야권은 자조섞인 반응을 내놨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22일 오전 SNS를 통해 “국민의힘은 상식적인 사람들이 극우화를 막아내려 애쓰는데 이재명 정부는 오히려 강준욱 비서관 같은 극우 인사를 중용한다”며 “이참에 전한길 강사 같은 보수를 망가뜨리는 극우 인사들도 이재명 정부에 데려가서 중히 쓰시면 ‘윈윈’이겠다”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기준이 아예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강훈식 비서실장이 이 대통령의 인사 눈높이를 극찬한 이유를 알 법하다”고도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후임 국민통합비서관은 이재명 정부의 정치 철학을 이해하고, 통합의 가치에 걸맞은 인물로 보수계 인사 중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보수 인사가 국민이 납득하는 ‘합리적 인사’가 나올 수 있을지, 아니라면 또 “인수위 없이 행정관이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과부하 상태”에서 통합의 가치에 다가가지 못하는 인사가 나올지는 이 대통령에게 달렸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