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양주 덕도초, 휴대폰 대신 친구와 웃는 아이들
학생 주도로 만든 ‘휴대폰 없는 날’ 실천 운동
티볼과 독서 등 다양한 활동으로 즐거운 방과 후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자율 실천 문화 확산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휴대폰 없는 날이에요!"
지난 21일 오후, 양주시 광적면 덕도초등학교 운동장. 통학 차량을 기다리는 아이들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고, 운동장 한쪽에선 공놀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선생님, 오늘도 우리끼리 티볼 시합해요!" 교실 밖 풍경은 작은 축제 같았다.
올해 입학한 71세 어르신( 양주 칠순의 초등생 김영자 씨, "책가방·교실의 꿈 이뤄 행복해요" 인천일보 5월28일자 16면 )을 포함해 전교생 51명의 작은 시골 학교인 덕도초는 지난 4월부터 특별한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방과 후 휴대폰 사용 자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어른의 지시가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제안하고 약속하며 실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캠페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 주도로 이뤄졌다. 포스터 제작, 실천 규칙 마련, 교내 홍보까지 모두 학생자치회가 중심이 됐다. 서경희 교장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내려놓는다는 건 어른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이들이 해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매우 뜻깊다"며 "이제는 학교의 일상 자체가 달라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운동장을 둘러보면 휴대폰을 사용하는 아이는 없다. 대신 팀을 나눠 뛰어놀고, 벤치에서는 친구들과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교사들은 이러한 변화를 적극 지지했고, 학부모들도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학부모회가 학생들을 위해 컵케이크 만들기 행사를 열며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한 학부모는 "가정에서도 늘 고민이던 스마트폰 문제를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에 놀랍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통학 차량이 도착하자 아이들은 휴대폰 대신 친구들과 오늘 하루를 나누며 대화를 이어갔다. 누군가는 책 내용을 이야기했고, 또 다른 친구는 티볼 시합 이야기를 들려줬다. "집에 가기 전까지는 서로 휴대폰 안 보기!" 5학년 언니의 말에 차 안은 다시 웃음으로 채워졌다.
작은 시골 학교 아이들이 만들어낸 이 놀라운 실천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확산하고 있다. 교육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임을 덕도초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다.
/양주=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