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벌써 세 번째 침수…"행정기관 무관심 빚은 인재"

박승환 2025. 7. 23. 10: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 서구 유덕동 동남아파트
2003년·2020년·2025년 침수
수변전실 지상 이전 비롯해
입주민 요구 대책 모두 불이행
區 “지원할 수 있는 일 제한”
광주지역에 하루 동안 총 426.4㎜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광주 서구 유덕동 동남아파트가 침수됐다. 사진은 침수 다음 날인 18일 흙탕물로 잠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물을 빼는 모습. 독자제공

"벌써 3번째 침수입니다. 누구 하나 죽어야만 약속을 지켜줄 건가요?"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가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되면서 아파트 전체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자 폭염 속에 입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변전실' 지상 이전을 비롯해 침수가 발생할 때마다 항구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해 온 아파트 주민들은 반복된 침수는 분명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23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 유덕동에 위치한 동남아파트는 광주지역에 하루 동안 총 426.4㎜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침수됐다. 2.3m 깊이의 지하주차장은 물론 지상 일부까지 물에 잠겼다.

다행히 지난 2022년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침수로 고립돼 7명이 숨진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처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재까지 입주민 차량 50여대가 침수피해를 봤다.

지난 22일 오후 광주 서구 유덕동 동남아파트. 한 주민이 생활용수를 받으러 가고 있다.

문제는 침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20년 8월 광주지역에 이틀간 500㎜를 웃도는 폭우가 쏟아졌을 때도 침수됐으며,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당시에도 침수됐다.

이처럼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가 반복되자 아파트 주민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구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대표적으로 지하에 있는 수변전실 지상 이전이다. 수변전실은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서 각 세대로 공급하는 아파트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수변전실이 작동을 멈추면 승강기와 급수시설 등 전기를 사용하는 아파트의 모든 기능이 멈춘다.

실제 동남아파트 주민들은 침수가 발생한 지난 17일부터 21일 오후까지 닷새간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했다.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하다 보니 최고 18층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이 기간 생활용수를 공급받을 때 계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광주 서구 유덕동 동남아파트 지하실에 있는 수변전실의 모습. 아파트가 침수될 때마다 수변전실이 물에 잠겨 전기가 끊기고 있다.

또 급수시설도 안 되니 세대 내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현재까지도 아파트 외부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을 이용 중이다.

아울러 주민들은 아파트 외부에서 물이 흘러들어오지 않도록 배수펌프장 설치를 서구에 요구했지만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 김원표(68)씨는 "근본적으로 지하에 있는 수변전실을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 직전 침수피해 이후 서구에서 이전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았다"며 "아파트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과 단지 내 하수구에서 역류되는 물도 막아달라고 했는데 서구는 차수판을 설치했다는 타령만 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집중호우 빈도가 짧아지고 있는 만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배수펌프장 설치와 역류를 막기 위한 하수관 정비사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오후 광주 서구 유덕동 동남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김원표(68)씨가 아파트 단지 내부 하수구에서 역류되는 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태진 광주 서구의회 의원은 "동남아파트뿐만 아니라 북구 신안교, 북구 하신마을 등 침수는 매번 발생하는 지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때마다 행정은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고 있다"며 "차수판이 되려 화를 키운 사례도 있다. 수변전실 지상 이전, 배수펌프장 설치, 하수관 정비사업 등 침수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맞춤형 재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오후 광주 서구 유덕동 동남아파트. 한 주민이 생활용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크게 공동주택지원사업과 노후아파트관리사업 두 가지로 제한적이다"며 "정부에서 광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 그때는 동남아파트가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만큼 침수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업에 우선 선정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