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높이고 거래세 낮춰야 집값 안정… 지역별 공급계획 뒤따라야” [현안 인터뷰]

권도경 기자 2025. 7. 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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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대출 묶어 시장안정? 착시일 뿐
규제정책 효과 지속시간은 반년
억눌린 수요로 풍선효과 부작용
정권초 보유세 등 조세제도 혁신
정부는 계획된 공급 시그널 제시
부동산시장 ‘소유 → 이용’ 바꿔야
공실 상가, 일시적 주거용 전환
서울 강북 단독주택 재건축한 뒤
교통망 확충해 강남 수요 분산을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 한울관 옥상에서 아파트촌을 뒤로한 채 미소 짓고 있다. 백동현 기자

6·27 대출 규제 이후 시장은 관망세다. 비싼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서울에선 대출 규제 여파로 거래가와 거래량이 위축됐다. 사실상 거래절벽이다. 시장은 이 같은 현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 오름세가 꺾인 게 아니라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학습효과 탓도 크다.‘진보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게 정설이다. 역대 진보정권의 규제 정책이 나오면 집값은 우상향으로 치솟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에 ‘불장’으로 치닫던 배경이다. 규제는 강력한 수요억제책이긴 하지만 대기수요는 쌓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풍선효과 등 부작용도 동반된다.

규제는 시장 왜곡도 야기한다. 대출 규제 탓에 아파트 청약시장이 현금 부자의 전유물이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양극화도 극심하다. 자산 양극화는 사회 갈등 요인이기도 하다. 정부가 국민에게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게 필요한 때다.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 한천재에서 만난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은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정권 초기에 보유·거래세 등 조세제도 전반을 개혁하고, 명확한 공급정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6·27 대출 규제 실효성을 어떻게 판단하나.

“수요억제책 중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대출 규제 정책이다. 새 정부가 첫 번째 부동산대책으로 대출 규제를 발표했기 때문에 집값 안정 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부동산은 타인의 자본을 동원해 매수하는 만큼 일반 수요자가 자기 자본을 100% 투입해 사는 건 쉽지 않다. 타인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요 억제로 인한 가격안정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착시효과다. 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없어 거래 건수가 급감하면 집값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규제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은 약 6개월이다. 6개월 후엔 실효성이 없다는 게 검증됐다.”

―관망세도 6개월에 불과하다는 의미인가.

“시장엔 이미 학습효과가 생겼다. 문재인 정부 당시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나왔을 때도 규제 효과는 6개월에 그쳤다. 부동산값은 앞으로 반년가량 안정되긴 하겠지만 그 이후엔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2∼3년간 인허가 물량과 공급 물량이 줄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수요가 억눌려 있다는 뜻이다.”

―진보정권에선 부동산시장이 ‘상승-규제-관망-상승’을 반복했다. 규제의 역설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은?

“코브라 현상이 대표적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코브라를 잡으면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코브라는 줄었지만 포상금을 노리고 코브라를 사육하는 농가가 늘면서 포상금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에 포상금 지급을 폐지하니 이번엔 농가들이 코브라를 방사해 다시 코브라가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간강사 우대정책이 시간강사 해고로 이어졌다. 최저임금도 높아지니깐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언제나 규제의 역설이 나타난다. 강남 3구 집값을 잡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급지 외곽으로 풍선효과가 생기기도 했다. 정책이 시장을 이기는 것은 어렵고, 시장을 이긴 적도 없었다. 결국 부작용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은?

“조세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공약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지만, 부동산값이 급등하면 세금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시장이 불안하면 정권 지지율도 타격받게 된다. 이제 보유세와 거래세 비율을 통해 조세 제도가 합리적인지를 따져봐야 할 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에선 일반적으로 보유세와 거래세 비율이 8 대 2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보유세와 거래세 비율이 2 대 8이다. 중과된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가 80%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세제도는 집을 팔지도, 사지도 말라는 정책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 보유세를 높이면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집을 가지게 된다. 자산 가치가 높은 사람이 조세 부담을 많이 해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 구조를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 거래가 돼야만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조세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면 부동산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 조세제도는 정권 초기에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권 후반기에 추진하면 개혁 동력이 상실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27차례 내놓고도 실패했다. 새 정부가 이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조세정책 개혁에 이어 시기별·지역별로 공급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를 예측한 후 공급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정부가 연도별·지역별로 수요를 예측해서 공급계획을 내놓고, 이에 따라 공급해주는 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부가 수요자들에게 계획대로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면 부동산 투자에서 ‘기다림의 미학’이 발현된다. 가구 수 증가, 멸실 주택, 소득 수준 향상을 따져보면 수도권에는 1년에 약 30만∼50만 가구가 필요하다고 예측된다.”

―주택 공급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빌라 전세사기 사건 등이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주택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다. 미분양 지식산업센터와 공실 상가 등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건설산업 붕괴,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급등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월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주거비용도 치솟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불안이 가중된 상황이다. 미분양 지식산업센터와 공실 상가를 일시적으로 주거용 전환을 허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청년과 1인가구 등의 주택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서울 지역 공급 확대를 위해선 도심에 재개발·재건축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서울에서 새로운 신규 택지를 개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나라 도시 가구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 후반에 주로 형성됐다. 아파트는 1980년대부터 들어섰다. 이때 지어진 건축물들 중 아직까지 재건축되지 못한 것들이 꽤 있다. 서울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도심 공급을 확대해야만 서울 주거 수준을 끌어올리고, 실수요를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 강북 단독주택들도 재건축한 후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신 강남에 접근하기 쉽도록 간선도로와 지하철 등 교통망을 확충하면 강남 입주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집값 급등 원인을 투기수요 탓으로 보고 있는데….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1가구 1주택’ 추세였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고 가구 구성도 다양화됐다. 이 같은 시각을 한 번쯤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1가구 1주택 중심이 아니라 이제 가격 기준으로 바꿔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100억 원짜리 주택 1채를 가진 사람과 빌라 1억 원짜리 2채를 가진 사람이 있다. 빌라 2채를 가진 사람을 투기꾼으로 볼 수 있나. 투기꾼이란 오명을 쓴 개인 다주택자들은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한다. 임대주택 전월세 등 공급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세 기준을 가격을 변경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고 본다. 다주택자 세제를 완화하면 임대주택도 공급이 많이 될 것이다. 외국에선 기업형 임대가 80∼9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임대주택 현황을 살펴보면 민간과 공공주택 비율이 각각 92%, 8%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임대차 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 ”

―새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했는데….

“민간임대주택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으로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많이 있다. 이에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복지가 취약한 실정이다. 공공영구 임대주택은 전체 임대주택의 8% 정도다. 공공주택 비율도 최소한 10% 이상 끌어올리는 게 주거 복지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로선 이익공유형(환매조건부), 지분적립형, 토지임대부, 분양전환공공임대 주택 등 다양한 공공분양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실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민간주택 사업 시 공공주택 의무화를 병행하는 방안도 부작용이 많다. 분양주택 공공주택리츠 설립으로 투명한 자금조달원을 공개하고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은 투자수익률 부족 문제가 있다. 철도차량기지·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환승역·공공청사 등 공공용지를 활용해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다.”

―‘똘똘한 한 채’ 현상 탓에 서울에 ‘전국구’ 수요가 다 들어와 있다. 지역 경기는 더 어려워졌는데….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국가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인구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모든 지역이 균형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역 산업을 특화시키면서 지역 주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면 해당 지역 부동산 경기와 지역경제가 되살아난다. 지역산업을 기반으로 인구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만이 최선책이다.”

부동산 경영이론 개발… 국토 효율적 이용 연구
■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은 부동산 관련 산·학계 대표적인 전문가다. 지난 2023년 취임한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으로서는 부동산을 단순히 토목이나 건축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경영 이론을 개발해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부동산 산업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학자로서는 ‘주택임대료규제정책에 관한 연구’ ‘월·전세 전환배율의 적정성 검토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등 부동산학 관련 논문을 100여 편 썼다. ‘공정한 주택정책의 길을 찾다’ ‘최신 부동산학의 이해’ ‘부동산컨설팅이론과 실무’ 등 부동산 관련 저서 30여 권도 집필했다. 국토교통부, 국토연구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발주한 연구 용역도 30여 건 수행했다. 주요 용역으로는 ‘상가권리금 보호 방안 연구(2014)’ ‘부동산거래단계별 시장질서 확립 및 정보연계 방안에 관한 연구(2020)’ 등이 있다.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로도 재직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 경영투자심사위원회와 기술심사평가 위원을 맡고 있다. 국토부 국가공간정보위원회와 공인중개사정책심의위원회 위원도 역임한 바 있다.

권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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