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준 인권위원 선출은 용납될 수 없는 일”…‘불온서적’ 사건 군법무관 동료도 쓴소리
11시 인권단체들 ‘부결 촉구’ 기자회견

국민의힘에 의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 후보로 추천돼 23일 국회 본회의에 표결안이 상정될 예정인 지영준 변호사(55)에 대해, 과거 군법무관 시절 동료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등 인권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에 앞장서고 내란을 옹호한 인사들이 절대 인권위원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지영준 변호사와 함께 2008년 군내 불온서적 분류에 항의해 헌법소원을 냈던 ㄱ씨는 23일 한겨레에 “지영준 변호사 인권위원 추천 소식에 너무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며 “과거 군 불온서적 분류에 항의해 헌법소원을 내고 징계를 받았던 사건만 가지고 인권위원 하려는 거 아니냐. 부적절한 추천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영준 변호사가 기독교반동성애운동을 시작한 뒤부터 반인권적 행위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중했으면 좋겠다. 당시 헌법소원을 함께했던 다른 군법무관 출신 동료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영준 변호사는 군에서 법무관을 지내던 2008년 7월, 국방부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23권에 대해 ‘불온서적’ 딱지를 붙이고 부대 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하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와 함께 헌법소원에 참여한 군법무관은 박지웅·한창완·이환범·신성수·신종범씨 등 5명이었다. 이중 선임자로 리더격이었던 지영준 변호사는 가장 무거운 파면 처분을 받고 2018년 대법원까지 가서야 원심판결 파기와 함께 부당 징계의 멍에를 벗었다.

군에서 나온 지 변호사는 세종시 주민보상대책위 자문변호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2016년 12월 출범한 한국교회 동성애 대책협의회에 참여한 일이 삶의 방향을 바꾸는 분기점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0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자유당이 이름을 바꾼 기독자유통일당의 비례대표후보 12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6월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반대집회를 준비하면서 인권위에 안창호 위원장 참석과 인권위 부스 설치를 요구했던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인권위 상임 및 비상임위원 후보에 각각 지영준·박형명(64) 변호사를 추천했다. 지영준·박형명 변호사는 각각 3월1일 사직한 이충상 전 상임위원과 지난해 9월26일 선출안이 부결된 한석훈 후보 후임으로 추천됐다. 이들에 대한 선출안은 이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인권위원 11명 중 국회 추천은 4명으로 이 중 2명이 국민의힘 몫이다.
인권시민단체들은 이들에 대한 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36개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내란옹호-성소수자 혐오 반인권 인사 인권위원 국회 선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밝히기로 했다.
공동행동은 전날 성명을 내어 “지영준 후보자는 그동안 성소수자, 여성, 종교적 소수자, 이주민,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부정하고 코로나19에 대한 국가의 방역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형명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 2월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보수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해 “헌재가 특정 사건의 재판 절차를 자의적으로 신속히 진행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내란을 옹호한 일을 문제 삼고 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합리적인 보수 인사를 추천하길 기대했는데, 안창호 위원장과 이충상 전 상임위원보다 더 문제가 큰 역대급 인사를 추천했다”며 “인권위 회복이 쉽지 않을 듯하다. 인권위법을 만들던 때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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