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만 20년, 베테랑 인터뷰어의 노하우 [새로 나온 책]

아무튼, 인터뷰
은유 지음, 제철소 펴냄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지은이는 ‘자유기고가’라는 이름의 명함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썼다. 첫 인터뷰이는 한 종교단체 월간지의 봉사자 코너에 실린 황금례씨. 서른다섯에 황씨를 만났고, 이후 ‘21세기 민중자서전’이라는 블로그를 열고 주변의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삶을 사는 수많은 이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만 20년이다. 인터뷰집도 여섯 권 냈다. 그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하며 섭외 과정 등 인터뷰의 준비부터 기사 작성까지 노하우를 나눈다. 사례가 구체적이고, 지은이가 얼마나 인터뷰에 공들이는지 눈으로 보는 듯하다. ‘나는 인터뷰 할 일이 없어요’ 하는 사람도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아무튼, 저자가 ‘은유’다. 잘 읽히고, 꽤 재미있다.

지금이 쌓여서 피어나는 인생
박용만 지음, 마음산책 펴냄
“그사이 인생 밥을 먹으면서 반드시 완주를 하고 목표를 이루어야만 좋은 것이 아님을 배웠다.”
4년 만의 산문집.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두산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회장을 역임했다. 첫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는 ‘대기업 회장이면 으레 이럴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트린다. 기업에서의 경험과 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지 등을 유머 있고 단정한 문체로 풀어냈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은퇴라는 해방의 문’ 이후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실바노’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인 지은이는 국제 구호 봉사단체 ‘몰타기사단’ 한국지부를 세웠다. 함께 반찬을 만들고 독거노인에게 배달한다. 봉사의 삶, 손자를 돌보는 할아버지의 일상, 젊은이들과의 대화 등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그는 대기업 회장직을 떠나 ‘좋은 어른’의 자리에 안착했다.

셜록 홈스의 개선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내친구의서재 펴냄
“어이, 홈스, 살아 있나?”
셜록 홈스라면 영국 런던 베이커가 221B번지에 살았던 명탐정이다. 이 책을 펼치면 홈스를 둘러싼 모든 설정이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홈스는 ‘빅토리아 시대 교토’의 데라마치 거리 221B번지라는 기묘한 시공간에서 깊은 슬럼프에 빠진 채 빈둥거리고 있으며, 원작의 숙적인 모리어티 교수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둘도 없는 친구 왓슨은 시모가모의 진료소와 홈스의 하숙집을 오가며 그를 슬럼프에서 구출하기 위해 앙앙불락한다. 원작에서 홈스를 속이는 데 성공한 유일한 여성인 아이린 애들러는 홈스의 집 맞은편에 탐정 사무소를 연다. 홈스 시리즈의 ‘2차 창작물’은 숱하지만 이렇게 기괴한 설정은 처음이다. 그러나 유쾌하게 읽어나가다 보면, 이런 설정 자체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기막힌 장치라는 점을 알아차리게 된다.

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창비 펴냄
“원고로 돌아갈 수 없어 일기로 들어왔다.”
세면대 밸브에서 물 새는 걸 발견하고 집수리 기술자에게 연락해 방문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단편을 이어 쓰던 날 밤 10시23분, 계엄이 선포됐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 황정은 작가가 겪은 겨울과 봄에 관한 기록이다. 두 계절은 ‘나름으로 삶을 가꾸어 살아도 권한을 가진 몇 사람이 작정한다면 도리 없이 휩쓸리고 뒤흔들릴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 내가 그것이라는 걸 실감한 국면’인 동시에 ‘작아서 무력했으나 다른 작음들 곁에서 작음의 위대함을 넘치게 경험한 날들’이었다. 같은 구호를 외치는 광장에서도 고개를 드는 소외감, 집회에 함께 참석한 조카의 손이 이모의 손보다 커졌다는 실감 등 그 와중에도 삶은 계속되었다. 4월4일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에도 일기는 이어진다. 그것이 어떤 위안을 준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김승복 지음, 달 출판사 펴냄
“책이 살아 있는 한 책방은 죽지 않는다.”
10년 전인 2015년 7월7일 일본 도쿄 진보초 거리에 한국 전문 책방 책거리가 문을 열었다. 일본에서 쿠온이라는 출판사 겸 에이전시를 운영해온 김승복 대표가 연 책방이다. 한강, 김연수, 정세랑 등 한국의 소설가를 일본에 소개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책으로 정리했다. 진보초 거리의 서점 마스터, 모두가 점장인 책거리 직원들, 책거리의 VIP 손님들, 한·일 양국의 작가들, 협업해온 출판편집자와 북디자이너까지 다양한 이들의 도움과 기운이 보태져 지난 10년을 지나왔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힘으로 사람들을 휘말리게’ 해서 정세랑 작가가 토네이도라고 부르는 김 대표가 중심에 있다. 이 모든 게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라니,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힘이 세다.

보는 눈이 생기는 교양 미술 수업
김영나 지음, 김영사 펴냄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맥락을 알면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빈센트 반고흐는 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가다. 짙푸른 색조의 그림을 보고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제목을 맞히는 이도 많다. 그러나 살아생전 고흐가 그리 인정받지 못한 화가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대 대중과 평론가는 회화가 이야기를 보여주거나 사물을 사실대로 묘사해야 한다는 관념에 익숙해져 있었고, 고흐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이 책은 ‘익숙한 그림’에 얽힌 낯선 이야기를 소개한다. 미술사의 흐름과 그에 영향을 준 사회상을 상세히 적었다. 중세·근대 서양미술 외에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작품도 두루 다룬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더 깊이 느끼는 팁도 적었다. 수록된 작품 사진이 ‘안목’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탠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