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은 국가 폭력

고부응 2025. 7. 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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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①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는 달라야 한다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공항 건설은 국가 예산으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으로,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어떤 입장을 갖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2공항 강행 태세로 일관했던 전임 윤석열 정부와는 다르게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에서는 새로운 갈등 해법이 제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큽니다. 육지에서 고향 제주가 제주다움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길 염원하며 보내온 글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글]
제2공항이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삶에 미칠 영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충분히 논의하고 그 결정 주체들이 모두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 제2공항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참다운 민주주의 방식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나는 육지에 사는 제주 사람이다. 나는 제주에 갈 때 집에 간다고 한다. 먹고 자는 현재 거주지와는 상관없이, 밥 벌어먹는 일터와는 상관없이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곳은 내가 나고 자란 제주이다. 제주에 인연이 있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을 것이다. 제주의 맑은 물에 손발을 담그던 여행객도 제주의 편안함을 그리워할 것이다. 제주는 현재 제주 거주민뿐 아니라 제주가 고향인 사람, 제주를 그리워하는 사람, 제주를 아끼는 모든 사람의 보금자리이다. 

제주를 아끼는 모든 사람의 보금자리인 제주가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두 가지도 아니지만 지금의 문제는 정부의 제2공항 건설 계획이다. 명분은 수요 확대이다. 현재의 제주공항으로는 늘어나는 항공 수요, 특히 관광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측되는 항공 수요는 계속 낮아졌고 기존 공항 확충 가능성은 계속 확인되었다. 관광 제주를 위한다는 공항 건설은 관광 제주의 근간인 자연환경을 되돌릴 수 없게 파괴할 것임이 거듭 확인되었다. 제2공항 예정 부지의 숨골이 공항 건설로 막히면 그 지역 일대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고갈된다. 

조류 충돌 위험 역시 계속 지적되고 있다. 필요 없는 제2공항 건설은 재원 낭비이며 제주 섬은 되돌릴 수 없게 파괴된다.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멈추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공항이 들어설 지역의 주인인 제주 사람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2공항 건설은 제주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제2공항은 토건 기업을 위한 정부 사업이다. 토건 기업은 제2공항 건설 관련 논란에서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은밀히 뒤에서 정부를 조종하기 때문이다. 몇 년에 하루만 정부의 일에 의견을 내는 대부분 국민과는 달리 기업인은 끊임없이 정부 요인을 만나고 친교를 맺고 금전적인 지원을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일을 정부가 하도록 설득하고 유도한다. 기업인들이 정부를 조종하는 방식은 드러나지 않기에 더 효과적이다. 드러나지 않는 행위를 문제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면 사업비 6조8900억원 정도를 토건 기업들이 나눠 먹게 된다. 제주도의 1년 예산 정도의 막대한 돈을 소수 기업이 차지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그랬듯이 제2공항 건설 사업에서 돈은 토건 기업이 먹고 주민은 망가진 섬을 떠안게 된다. 

제주 섬은 이제 막무가내 개발로 인해 제주다움을 잃고 있다. 산열매를 따러 다니던 뒷동산은 골프장으로 변했고 버들치 낚시를 하던 해안에는 리조트 타운이 들어섰다. 가슴이 저리게 시원했던 바닷가 용천수는 이제 오염에 더하여 과잉 개발로 말라가고 있다. 적정 규모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된 관광 제주 육성 정책은 이제 과잉 관광으로 제주도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제2공항 건설은 이미 충분히 망가진 제주 섬과 제주 주민을 더욱더 망가뜨릴 것이다. 

제주도 문제는 제주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제2공항도 마찬가지다. 중앙 정부의 결정에 제주도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육지의 중앙 정부가 직접 통치하기 시작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제주도는 중앙 정부의 수탈 대상이고 이에 저항하면 토벌 대상이었다. 중앙 정부와 제주도의 이런 관계는 현재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야 하는 도민 운동은 중앙 정부의 선처에 기대하여서는 안 된다. 제주도 문제에 관해서는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와 다를 것은 없다. 4.3 학살을 자행한 미군정이나 이승만 정부와 근본적으로 다를 것도 없다. 중앙 정부에게 제주도는 다스리고 이용하여야 하는 변방의 섬이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가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한다면 이는 제주도와 제주도민에 대한 국가 폭력이며 또 다른 모습의 4.3 학살로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중앙 정부의 제2공항 건설 추진에 대항하여 이를 반대하는 시민운동단체는 제2공항을 제주도민의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중앙 정부의 폭력에 맞설 현실적 방책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주민투표나 여론조사 방식을 중앙 정부나 제주도 지방 정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 국민투표나 주민투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다.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그들 정책의 정당성을 최대한 홍보한 다음 그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를 기다려 주민투표든 여론조사든 시행한다.
고부응 / 제주를 아끼는 사람들의 모임 '제주바람' 회원

제주도민의 의견을 묻는 방식이라면 이는 제2공항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시민운동단체가 주도하고 국민을 섬기는 것이 본분인 정부는 심부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결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토론하는 숙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숙의의 과정 없는 형식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제도의 취약점인 바보 대중의 정치가 된다. 제2공항이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삶에 미칠 영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충분히 논의하고 그 결정 주체들이 모두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 제2공항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참다운 민주주의 방식이다. 숙의 과정 없이 주권자에게 결정하라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농락이다. 

이제 제주 섬과 제주 사람을 그냥 좀 놔둬라. 먹을 만큼 해 처먹지 않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