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시대, ‘꽁초받이’ 유감 [전국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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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마른장마'라더니 갑자기 '괴물 폭우'가 내렸다.
'대홍수의 시대' 삶의 터전인 도심 속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선 '빗물받이'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이번 폭우 직전 대대적인 '빗물받이 청소'가 이뤄졌다.
'꽁초받이'에 책임 있는 흡연자들의 '길거리 흡연 권리'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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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혁 | 충청강원데스크
역대급 ‘마른장마’라더니 갑자기 ‘괴물 폭우’가 내렸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다. 미국 텍사스와 파키스탄 등 세계 곳곳이 ‘폭우’에 몸살을 앓고 있다. 텍사스에선 ‘1천년에 한번 내릴 폭우’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대홍수의 시대’ 삶의 터전인 도심 속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선 ‘빗물받이’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빗물받이는 도심에 쏟아진 빗물을 하수구로 내보내는 입구다. 하지만 담배꽁초에 막혀 ‘도심 속 재떨이’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괴물 폭우’가 내려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다행히 이번 폭우 직전 대대적인 ‘빗물받이 청소’가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수해 대비 상황을 점검하면서 ‘빗물받이 청소’를 콕 집어 지적했기 때문이다. 시의적절한 빗물받이 청소는 도심 속 폭우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후 재난이 일상화가 된 지금, 빗물받이 청소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현실에선 청소 직후부터 담배꽁초가 다시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빗물받이는 모두 58만4438개로 빗물받이 청소에 투입된 비용만 224억원에 이른다. 또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빗물받이 청소와 준설에 쓰라며 지방자치단체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300억3700만원을 지급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해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를 반복하기보다 그 예산으로 ‘꽁초받이’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최근 강원도 영월군이 ‘동강의 시작’ 캠페인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빗물받이 옆에 물고기 그림과 ‘동강의 시작’이라는 문구를 표기해 담배꽁초가 강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사실 이 캠페인은 2020~2021년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바다의 시작’이 원조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차지한 담배꽁초에 주목했다. 우리가 무심코 바닥에 버린 담배꽁초는 빗물받이를 막아 도심 침수의 원인이 되지만 상당수는 하수구와 하천을 거쳐 바다까지 흘러간다. 이런 식으로 바다까지 이동하는 담배꽁초는 하루 최대 0.7t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잘게 부서진 담배꽁초 속 플라스틱 필터(1만2천개의 미세 플라스틱 포함)는 자연분해에만 10년 이상이 걸린다. 담배의 유해 성분까지 고스란히 품은 미세 플라스틱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고, 그 물고기들은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른다. 도심 침수뿐 아니라 해양오염의 시작 또한 바로 담배꽁초인 셈이다.
국내에서 1년 동안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45억4115만개다. 하루 1244만개가 넘는다.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불법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적발 시 과태료까지 부과되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외국은 어떨까? 프랑스는 지난 1일부터 야외 공공장소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135유로(약 21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패션과 금융의 수도인 밀라노도 올해 1월1일부터 거리 등 모든 공공장소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프랑스는 2008년 실내 흡연을 금지한 지 17년 만에 야외 흡연까지 규제하는 결단을 했다. 대한민국은 2015년 모든 면적의 음식점과 술집, 카페 등에서의 실내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불과 10년이 지났지만 지금은 실내 흡연 금지가 너무나 당연한 시대가 됐다.
‘위기의 시대’다. 기후뿐 아니다. ‘꽁초받이’에 책임 있는 흡연자들의 ‘길거리 흡연 권리’도 시험대에 올랐다. 대한민국도 빗물받이 청소 예산으로 도심 곳곳에 공공 흡연부스를 확대하고, 프랑스처럼 길거리 흡연을 전면 금지한다면 ‘꽁초받이’ 문제는 사라질까?
지인 중 한명은 “담배 한갑 사려면 꽁초 20개 모아서 오게 하면 된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슬프지만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현실이다.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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