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섬-정어리 떼 군무에 벅찬 감동[박수현의 바닷속 풍경](73)

2025. 7.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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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하면서 벅찬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고래, 고래상어, 쥐가오리, 남극 물범·물개 등 큰 바다 동물을 만났을 때도 그러하지만 멸치, 정어리, 전갱이, 고등어 등 작은 물고기가 무리를 이룬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 감동한다. 이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방향을 바꾸고,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흐름을 만든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율동적인 움직임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바닷속으로 스며든 햇살에 은빛으로 반사되는 비늘의 일렁임은 감동의 물결을 불러온다.

작은 물고기들의 유영 중 으뜸은 2015년 필리핀 세부섬에서 만났던 정어리의 군무였다. 3일 동안 정어리만 지켜봤을 정도로 정어리 군무에 흠뻑 빠져들어 사진 수천 컷을 기록으로 남겼다. 작은 생명의 조화 속에 나 자신이 너무 둔감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짧은 경험과 현학적인 지식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에 이유를 붙이지만, 이토록 정교하게 얽힌 생명의 질서 앞에 사람들의 ‘이해’라는 것이 얼마나 얕고 피상적인가를 생각했다. 어쩌면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흐름이고, 관계이고 경외의 대상이 아닐까.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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