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상기후에 휘둘리는 밥상 물가 멈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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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찌는 듯 더웠다가, 이번 주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더라. 매년 여름마다 날씨 탓에 가격이 안 오른 과일·채소를 찾기가 힘들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이상기후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물가 상승분의 10%는 이상기후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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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찌는 듯 더웠다가, 이번 주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더라. 매년 여름마다 날씨 탓에 가격이 안 오른 과일·채소를 찾기가 힘들다."
지난 19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만난 한 주부의 말이다. 그는 딸이 먹고 싶다던 시금치 무침 반찬을 해주고 싶었지만, 대신 2000원짜리 콩나물 1봉(340g)을 집었다. 시금치 1단(200g)은 4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때 이른 폭염에 물 폭탄 수준의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여름철 주요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수박과 멜론이다. 현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기재된 수박 1개 소매가격은 3만1163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37.68% 급등했다. 멜론 1개 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올랐다. 수박과 멜론은 침수 피해에 제철 수요가 겹쳐 비싸졌다.
고온엔 잎이 녹고 침수에도 취약한 잎채소류 가격도 치솟고 있다. 배추는 한 달 전보다 약 1.5배 비싸졌다. 지난해에는 폭염과 장마가 9월까지 이어지자, 배추 생육이 부진해지면서 배춧값이 급등해 ‘김치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벼 피해도 심각하다. 이미 쌀 가격은 오름세다. 쌀 20㎏ 기준 소매가격은 5만9772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4% 올랐다. 지난해 폭염으로 쌀 작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집중 호우로 벼가 물에 잠기면서 수확량이 줄고 병충해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추수 시기부터 쌀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농작물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올해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배 늘었다. 닭과 돼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양식업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양식업의 고수온에 따른 피해액은 1430억원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밥상 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이상기후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물가 상승분의 10%는 이상기후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르면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 연간 농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10.4% 올랐다. 축산물 물가도 0.7% 올랐다.
이상기후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다. 하지만 식량 관리 시스템은 이상기후를 ‘예외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폭염·폭우 등 피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단기적인 사후 대책만 내놓을 뿐이다. 대표적인 게 이상기후로 인해 과채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비축분을 확대하는 것이다. 수입을 통한 대체제 확보 및 생육 지원도 있다. 이 같은 단기적인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폭염 대책 당정 간담회에서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장기적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이상기후에 대비해 중장기적 수급 대책을 세우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술 혁신을 통해 온도 변화에 강한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 스마트팜·육상 양식업 등 기후변화에 덜 영향 받는 농어업 환경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필요하다. 유통 구조도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필요시 재편해야 한다.
국민은 매년 이상기후가 밥상 물가를 흔드는 걸 목격하고 있다.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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