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사랑도, 예약도 모두 가짜였다…일상 곳곳 파고든 ‘피싱 지뢰밭’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5. 7.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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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스미싱·사칭노쇼
연애빙자 로맨스 스캠까지
5대 피싱범죄로 뜯긴 돈
강도·절도의 3.4배 달해
온라인에 도움 요청하면
절박함 이용해 또 사기쳐
더 정교해진 보이스피싱…5대 수법으로 변종·확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전화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이스피싱 수법은 더욱 정교해졌고, 여기에서 파생된 신종 피싱 범죄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투자, 연애, 택배, 식당 예약 등 우리 일상 곳곳이 ‘피싱 지뢰밭’이 된 지 오래다.
보이스피싱과 함께 △투자 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스미싱(문자 사기) △사칭 노쇼(가짜 예약 사기)는 현재 ‘5대 피싱 범죄’로 꼽힌다. 이들 범죄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심리적 틈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투자 리딩방 사기는 유명 전문가를 사칭해 가짜 수익 인증을 내세우며 투자금을 유도한다. 로맨스 스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근한 뒤 신뢰를 쌓고 가족 치료비나 긴급 체류비 등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스미싱은 택배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문자를 보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고, 사칭 노쇼는 예약을 빙자해 식당 업주들로부터 식사에 필요한 와인 등 주류 구매대금 입금을 유도한 뒤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22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는 하루 평균 1803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832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다양한 변종 피싱 범죄의 피해 사례도 함께 포함돼 있다.

피싱 범죄에 따른 재산 피해 규모는 전통적인 강력범죄를 훌쩍 뛰어넘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도·절도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4978억원이었다. 반면 ‘5대 피싱’ 범죄 피해액은 1조6870억원에 달했다. 이는 강도·절도 피해액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사건 발생 때 피해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충격도 피싱 범죄가 훨씬 크다. 건당 피해액은 강도·절도가 평균 785만원 수준이지만, 피싱 범죄는 이보다 6.2배 많은 4875만원이다. 여기에 피해 회복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지난해 강도·절도 범죄로 발생한 재산 피해액 중 경찰의 검거로 회수된 금액 비율은 17%였지만, 피싱 범죄는 3%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생 모은 돈을 한순간에 잃었지만, 이를 되찾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피해 직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합 창구조차 없어 경찰서와 은행 등 각종 기관을 직접 발로 뛰며 구제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청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게다가 투자 리딩방 사기나 사칭 노쇼 등 변종 피싱 범죄는 현행 법·제도상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분류되지 않아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많다. 범죄 수법이나 피해 규모는 보이스피싱 못지않지만, 현재 금융사기 대응체계가 보이스피싱 중심으로 짜여 있어 변종 피싱 범죄 피해는 사실상 제도 밖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온라인에서 대응책을 찾으려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 ‘보이스피싱’을 검색하면 관련 기관 안내보다 법무법인 광고가 먼저 쏟아진다. ‘자살’을 검색했을 때 상담센터나 긴급연락처가 상단에 우선 노출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피해를 본 이후 절박한 심정으로 검색에 나선 이들에게 실질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피해자는 결국 비싼 수임료를 감수하며 법무법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법무법인이 피해자의 절박함을 악용해 또 다른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매일경제가 만난 피싱 피해자들은 ‘피해 복구가 가능하다’는 말로 피해자를 유인하거나 실질적인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도 무리하게 수임하는 법무법인이 자주 목격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에는 이러한 현실을 고발하며 ‘온라인 사기 피해자의 2차 사기 방지를 위한 원스톱 시스템 법제화 요청’에 관한 국민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2차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단일 통합 대응창구를 마련해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고소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해당 청원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사기가 도를 넘었고, 현직 변호사들이 브로커를 앞세워 피해자를 상대로 실익 없는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며 “이들이야말로 진짜 주범이자 더 악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와 수사당국도 새로운 대응체계 마련에 나섰다. 정부와 경찰청은 표류하고 있던 ‘다중피해사기방지법’ 제정 재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단속과 검거를 넘어 사기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골자다. 경찰은 피해 의심 계좌 동결, 번호 차단 등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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