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인가 여론의 희생양인가, ‘센트럴파크’ 마차 사건 무죄

“저보다 말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난 3년은 정말 끔찍한 시간이었어요.”
21일 뉴욕 맨해튼 형사 법원 앞에서 이언 매키버(56)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렇게 말했다. 매키버는 뉴욕을 상징하는 대표적 명소인 센트럴파크에서 관광용 마차를 운영한다. 3년 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일이 발생했다. 그의 말 라이더(Ryder)가 2022년 8월 10일 불볕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도로에 쓰러진 것이다. 경찰까지 출동한 끝에 라이더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치료를 받았지만 두 달 뒤 안락사됐다. 코넬대 수의사들은 라이더를 부검했는데 몸에서 백혈병 세포가 발견됐다.
라이더가 쓰러진 모습과 매키버가 말을 일으키는 과정 그리고 안락사되기까지의 소식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 사건은 ‘동물 학대 논란’으로 번졌다. 동물 권리 보호 단체는 “말들이 더위 속에서 오랜 시간 사람을 태우며 학대당한다”면서 “뉴욕에서 마차 운영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차 운영 노조는 “우리는 말과 온종일 함께 있으며 말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 “극단적인 사람들이 대부분 이민자이거나 이민자의 자녀로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마치 운전사를 매도한다”고 반박했다. 논란은 검찰이 이듬해 11월 매키버를 기소해 형사 사건으로 끌고 가며 크게 번졌다. 맨해튼 지검은 “말이 겪은 학대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매키버는 동물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첫 번째 마차 운전사가 됐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징역 1년형을 받을 수 있었다.
재판에서 검찰은 “매키버가 늙고 저체중인 라이더를 쓰러질 때까지 무리하게 일을 시켰다”고 했다. 라이더가 언덕을 오를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도 증언했다. 그러나 매키버가 평소 말을 아끼는 운전사였다는 반박과 함께 말이 발을 헛디뎠거나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심원들은 결국 매키버가 말을 학대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평결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재판이 모두 끝난 뒤 한 배심원은 매키버에게 다가와 “마차 산업을 둘러싼 논쟁을 증폭시키려는 사람들이 당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당신 사건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는 2019년 외부 기온이 섭씨 약 32도 이상일 경우 마차를 운영하지 못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말 대신 전기를 이용하도록 하는 법안 ‘라이더 법’은 의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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