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시대] 변덕 기상 직격탄 맞은 농가…정책보험으로 ‘안전우산’ 쓴다

김소진 기자 2025. 7. 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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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기후시대] [2부] 기후변화, 이렇게 대응한다 (6) 농업재해 안전장치 ‘보험’
농작물재해보험, 품목 넓히고
자연재난 피해는 할증 시 제외
투입원가 포함 복구비 현실화
가입자 투명 소득신고 유인 등
농업수입안정보험 정당성 확보
비보험작물 재해 지원책 마련
사각지대 보완 경영안정 도모

“지난해 저온피해를 겪은 뒤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에 다시 가입했어요. 현명한 선택이었죠.”

전남 순천에서 매실농사를 짓는 박모씨는 올봄 저온피해를 봤다. 이태 연속 농사를 망친 건 씁쓸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덕에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최근의 날씨처럼 폭염과 폭우가 변덕스럽게 교차하고, 산불·우박 등 대형 재해까지 겹치며 농업 현장이 극한기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농민 개인이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에 정부는 정책보험이란 안전우산을 펴들었다. 농작물재해보험이 대표적이다. 보험료의 50%를 정부가 뒷받침하고 지방자치단체도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농가는 10∼20%만 부담하면 재해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보험 사각지대와 저조한 가입률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보험료 할증 완화, 가입 품목 확대 등 제도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가들이 숙원으로 꼽아온 ‘보험료 할증’ 제도개선은 가시권에 막 들어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에서 자연재난 등으로 발생한 피해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할 경우 보험료 할증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은 품목과 지역(시·군 또는 읍·면·동)에 따라 보험료율이 산정되고, 여기에 농가의 과거 손해율과 가입 연수에 따라 할인 또는 할증이 적용된다. 문제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난에 따른 피해일지라도 보험료가 할증되고, 같은 지역 내 일부 농가가 피해를 봤다는 이유로 피해가 없는 농가의 보험료율까지 함께 인상된다는 점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방문한 광주광역시 폭우 피해 현장에서도 농민들은 “동일 면적인데도 시·군의 재해보험료 차이가 지나치게 큰 점을 개선해달라”며 보험료 할증의 형평성문제를 제기했다.

보험 미가입 품목의 재해복구 지원도 강화될 전망이다. 농해수위는 같은 날 전체회의에서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해복구비를 지원할 때 ‘재해 발생 이전까지 투입된 생산비’를 포함한 것이 핵심이다.

현장에서는 그동안 ‘재해복구비 현실화’를 꾸준히 주장했다. 국립강릉원주대학교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대파대는 농작물 생산비(원가) 대비 평균 17.4% 수준에 그친다.

그동안 정부는 생산비 보장이 기존 보험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회와 협의해 절충점을 찾으면서 보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안전장치가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품목 확대에 따라 보장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2001년 사과·배로 시작한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을 꾸준히 늘려 올해 76개로 확대했고, 2026년에는 노지오이·시설깻잎을 더해 78개, 2027년에는 체리·들깨를 추가해 8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확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인다. 품목별 손해율 산정을 위해 수확량·피해 유형 등 축적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므로 모든 품목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설계돼 가입 대상 품목에서 벗어나면 안전망이 없는 셈”이라며 “병해충과 재해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영체 단위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농가수입을 기준으로 한 농업수입안정보험 확대가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수입 감소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와 재해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농가의 수입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 마련과 저조한 가입률 극복이 쉽지 않은 과제다. 서상택 충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창업농은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회계 기록을 하고 있다”며 “보험 가입자에게도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통해 회계 기록을 의무화하거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투명한 소득 신고가 제도 확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객관적 증거로 정책을 설계하는 ‘증거기반 정책’은 효율적 재정 운용을 위해서도 강조되는 흐름이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농민소득이 투명하게 신고돼야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 운용이 가능하고 정부 지원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한국형 ‘비보험작물 재해 지원 프로그램(NAP)’도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주목된다. 기존 보험의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 작물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해 선진국처럼 다층적 경영안전망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대재해 작물보험(CAT)’을 기초로 두고, 보장 대상에서 빠진 작물 등에 NAP를 운용하고 있다. 수확량 감소, 작물 피해가 생기면 정부가 재정 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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