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봉황대기 [뉴스룸에서]

김기중 2025. 7. 2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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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기적의 연속이다.

이런 기적의 순간들은 단순한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선수와 팬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된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도 믿기 힘든 역전승이 많다.

각본 없는 감동과 이변의 드라마를 연출해 온 봉황대기 경기장이 올해 다시 한번 팬들의 함성과 환호로 뒤덮이는 기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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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속출 봉황대기 9일 개막
프로야구 근간 고교야구는 썰렁
관중 없는 경기장에 기적 기대
2024년 9월 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경기상업고-전주고 경기가 6-3 전주고 승리로 끝나자 전주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포츠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기적의 연속이다. 믿기 힘든 역전승이나 개인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은 환희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런 기적의 순간들은 단순한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선수와 팬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된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도 믿기 힘든 역전승이 많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 결승전도 그중 하나다. 당시 세계 랭킹 21위 박상영은 세계 3위인 헝가리의 제자 임레를 만나 10-14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에페 경기는 총 9분 동안 15점을 먼저 얻거나 규정 시간이 끝났을 때 상대보다 점수가 앞서고 있으면 승리한다. 따라서 박상영은 1점만 더 내주면 시간이 아무리 많이 남아 있어도 역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상대 공격은 무조건 막고 자신만 5점을 내리 따야 하는 희박한 확률이었다. 더 악조건은 에페는 두 선수가 동시에 공격했을 경우 양쪽 모두 득점을 인정하고,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다 보니 막아야 하는 범위도 넓다. 그래서 박상영이 10-14의 점수를 15-14로 뒤집고 차지한 금메달은 기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큰 점수 차에도 포기하지 않은 채 "할 수 있다"고 되뇌던 박상영은 전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스포츠의 '정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은 이 같은 스포츠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비록 기적을 만들어 내지 못했더라도 패배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한다. 프로야구 2016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9회 말 1사 만루에서 전진 수비를 펼치던 KIA 김호령은 LG 김용의의 타구가 외야 깊숙이 날아가자 긴 거리를 질주해 공을 잡아낸 후 온 힘을 다해 내야로 송구까지 했다. 어차피 LG의 희생플라이로 경기가 종료될 상황이었음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김호령의 모습은 KIA 팬에게 승리보다 더 진한 여운을 남겼고, 시간이 흘러 역대 와일드카드전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김호령은 "나도 '이제 끝났다'는 생각을 했지만 주자가 넘어지거나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무조건 잡아 던졌다"고 말했다.

봉황대기 고교야구가 다음 달 9일 개막한다. 올해로 53회째인 봉황대기는 국내 고교대회 최대 규모인 103팀이 출전해 서울 목동·신월·구의구장에서 열전을 벌인다. '이변의 봉황대기'라 불릴 정도로 매 경기 명승부가 벌어지고 있지만 고교야구 인기가 떨어지면서 경기장을 찾는 이는 고작 1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선수 가족과 학교 관계자, 프로야구 스카우터가 대부분이다. 비단 봉황대기만의 상황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내 고교야구 대회는 결승전을 제외하면 관중 200명을 채우기도 버겁다. 방송 시청률은 고작 0.2% 수준이다.

지난해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올해 1,200만 관중까지 기대하고 있지만 그 근간인 고교야구는 매년 관중 없는 썰렁한 경기장에서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고교야구는 프로야구와는 또 다른 매력이 많다. 풋풋하고 순수한 학생 야구의 재미를 스포츠팬이 즐기길 바란다. 각본 없는 감동과 이변의 드라마를 연출해 온 봉황대기 경기장이 올해 다시 한번 팬들의 함성과 환호로 뒤덮이는 기적을 기대해 본다.

김기중 스포츠부장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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