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마지막 길에 터무니없는 바가지?… 장례 치를 때 명심할 3가지
영원한 여행 : <6> 장례 비용 줄이기
편집자주
완숙기에 접어든 '장청년'들이 멋과 품격, 건강을 함께 지키며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상조가입, 모든 비용 감당 안 돼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활용도
체면보다 고인 추모에 방점 둬야

Q : 60대 남성 K다. 수년 전,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미리 상조서비스에 가입해둔 덕분에 장례비 걱정을 덜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겨울 아버지 장례를 치르면서 크게 당황했다. 상조서비스로 해결된 부분보다 별도 지출비용이 더 많았고 항목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장례를 마친 뒤 가족들과 정산해보니, 총비용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영수증 하나하나 들춰가며 따지자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예를 돈으로 계산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저어됐다. 고인의 존엄을 지키면서도 장례비용을 낮추는 방법은 없을까.
A : 죽음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예고 없이 찾아온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장례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 속에서 상조업체들은 '미리 준비된 안전장치’처럼 광고한다. 특히 부모는 자식들에게 부담 지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내며 자신의 장례를 대비한다. 하지만 막상 큰일이 닥치면, 상조가 제공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가입 상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장례식장 임대료, 제단 장식비, 제수 및 접객 음식비, 상복 대여 및 비품, 도우미 인건비, 운구 차량요금, 화장·장지(火葬・葬地) 비용 등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줄을 잇는다. 유족들은 그때마다 결정과 지출을 반복해야 한다. 경황없는 와중에 크고 작은 지출이 더해지면서 심적 부담과 경제적 압박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다음 세 가지만이라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한다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도 고인을 품위 있게 추모하는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첫째, 장례비용의 출발점은 ‘장소 선택’이다. 장례를 치를 ‘장례식장’과 고인이 영면할 ‘장지’를 미리 물색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당황스러운 시점이 임종 직후인 만큼, 장례식장 후보를 몇 곳 사전에 검토해두면 빠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장례식장은 접근성, 시설 규모, 빈소 이용료, 제단 장식비, 접객 음식 등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다. 가족과 조문객, 예산 등을 고려해 후보지 몇 곳을 생각해 두면 보다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 묘지, 봉안당 같은 장지는 공설과 민간의 비용 차이가 크다. 향후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추모할 공간이므로 가족 여건에 맞는 선택이 중요하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전국 장례식장과 장지 정보를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생전에 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소는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고인의 마지막을 모시는, 가장 근본적인 공간이다.
둘째, 가족 간 대화를 통해 장례의 기본 방향을 미리 정해두자. 부고를 어느 범위까지 알릴지에 따라 빈소 규모, 음식 준비, 도우미 인력 등 실질 부담이 달라진다. 수의, 관, 제단 장식 등 장례용품의 가격대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어르신들은 수의를 준비해 두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 두자. 고인이 생전에 입었던 옷이나 전통 한복으로 대체하는 것이 외국산 수입 삼베 수의보다 더 좋을 수 있다. 장례식장에는 큰 제단이 많아 생각보다 빈소 꽃장식 비용이 많이 든다. 작은 규모 꽃장식을 선택하고, 조문 화환 대신 꽃바구니로 장식하면 비용이 절감된다. 영정사진을 미리 제작해 두거나, 장지로 이동할 차량도 가족 의사에 따라 미리 정해두면 당일 혼선과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체면 비용’을 삼가자. 장례의 본질은 △추모 △위로 △화합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을 체면과 관습이라는 기준에 맞추려다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화환의 수, 음식의 가짓수, 제단의 화려함, 의전의 격식 등은 장례 품위의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야 유족에게도 후회없는 마무리가 남는다. ‘누구를 위한 장례인가’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품위 있는 장례의 출발점이다. 고인의 뜻이 담긴 음악이나 유언 사항 등을 공유해 두면 장례의 의미가 더 깊어진다.
필자는 미국에서 장례학과를 전공하며, 현지 장례식장에서 일했다. 미국 장례문화는 결혼식처럼 고인을 기념하는 장례식을 치른다. 누군가는 동료로, 누군가는 친구로, 또 어떤 이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되어준 사람으로 고인을 기억했다. 고인은 한 사람이지만, 그를 기억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렇게 흩어진 조각 같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인생을 완성하고,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고인을 더 오래, 그리고 더 깊게 가슴에 품는다.
본래 우리나라에도 슬픔을 나누고 어려움을 함께 견디는 ‘상부상조’ 공동체적 문화가 장례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장례문화는 지나친 형식에 갇히고, 과시에 휘둘리며, 상업적 소비로 변질돼 정작 중요한 것을 잊는 듯하다. 슬픔마저 상품이 되고, 이별이 비용으로 환산되고 있다. 우리는 정말, 고인을 위한 장례를 치르고 있는 걸까.

이정선 을지대 장례산업전공 교수·미국 장례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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