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잘사는 가치' 전달 기관으로 거듭나야 [기고]

2025. 7. 2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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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우체국에서 집배원들이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지금 '4만불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국민이 느끼는 현실의 온도는 사뭇 다르다. 고령화, 양극화, 지방소멸 등으로 기본적 삶이 흔들린다. 소상공인은 생계 불안을, 청년들은 일자리와 주거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상당수 어르신들이 고독과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농어촌에서는 병원, 은행, 심지어 학교까지 철수한 지 오래다. 한국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사회 곳곳에 있는 균열은 생활 불평등으로 더 커져 지역간 국민생활과 민심을 가르게 된다.

얼마전 익산 모녀 사건은 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할 지자체들이 재정난과 인력부족 등으로 갖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데 행정학계 등에서는 전국에 촘촘한 생활 연결망을 가진 ‘우체국’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우체국은 한국에서 가장 역사 깊은 정부조직으로 140년간 국민과 함께 해왔다. 편지와 소포, 금융업무를 다루면서 사회의 가장 깊은 곳까지 연결해 주는 공공 인프라다. 전국 방방곡곡 3,300여 개의 우체국이 있고, 2만명 집배원이 매일 600만 세대를 방문한다. 그만큼 우체국은 전국 어디에서나 국민과 얼굴을 맞대는 신뢰의 생활접점망이며, 지역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도움이 필요로 하는 서민에게 적시에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는 최일선의 움직이는 안테나이자 창구이다.

정부가 우체국을 복지·행정 등 각종 공공서비스 전달 창구로 활용하면 큰 예산이 들지 않고도 국민에게 잘사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사례가 있다. 먼저 복지우편이란 제도는 집배원이 골목골목 홀로 계신 어르신이나 위기가구를 방문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지자체와 연결해 준다. 작년 한 해 집배원들이 10만 가구를 방문해 3만 7,000 가구의 취약계층을 찾아 기초생활수급 신청, 돌봄지원, 생필품 전달 등 복지혜택을 받도록 도왔다.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지만 그 덕분에 4만여 가구가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던 복지혜택을 제때 받으며 삶의 안전망을 확보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빈집정비사업'도 또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 시골지역에서 현장 조사비용에만 수백억원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집배원을 활용하게 되면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우체국이 공공적 역할을 확대하려면 우정사업본부의 체제개편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우체국 조직은 이른바 비권력기관이라는 이유로 소외되어 왔는데 우정청으로 바꿔서 우편·금융을 넘어 복지·행정·환경 등 다양한 국민생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담당하도록 역할과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다행히도 개편에 따르는 비용부담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정청으로 변경하더라도 추가로 드는 예산은 연간 5억 7,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우정청으로 바뀌면 직원들의 자부심과 책임의식이 높아져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동력이 될 수 있고, 우체국을 활용한 공공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안착되면 중복예산을 줄이고 행정의 효율은 높아질 것이다. 지방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들도 비용이 저렴한 우체국과 협업할 수 있어 국가적 과제인 지역간 생활균형을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지역간 행정서비스의 질과 국민 생활안정을 한 층 끌어 올리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역균형특별회계 등과 같은 국가재정을 지자체가 우체국을 활용한 공공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더한다면, 공익적 승수효과가 발생해 그 결실은 국민에게 더 크게 돌아올 것이다. '권력은 나누고, 서비스는 모을수록 좋다'라는 말처럼 우체국을 통한 원스톱 서비스 체계는 국민 편익을 더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임승빈 한성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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