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첫날 “최신폰 5만원”… 소비자 “더 내려갈 것” 관망
일부 매장 ‘마이너스폰’ 나왔지만… 통신사들 출혈경쟁 우려 눈치보기
“고령자 등 정보취약층 소외” 지적에… 정부 “시장 모니터링, 대안 검토할것”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11년 만에 폐지된 22일 경기 고양시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직원들의 안내를 듣고 고객들은 고민에 잠긴 표정이었다. 이날 대리점에서 만난 A 씨(36)는 “최근 나온 갤럭시Z 폴드7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보조금이 생각보다 높지 않아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22일부터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들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지고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도 풀렸다. 휴대전화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점들이 ‘자율적으로’ 추가보조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소비자들은 ‘보조금 경쟁’이 이어지며 이전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점마다 제시하는 조건과 가격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고령자 등 ‘정보 취약 계층’의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새어 나온다.
● 추가지원금 상한 풀려, 보조금 경쟁 본격화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가격 정보에 밝은 일부 소비자만 혜택을 받고, 고령층 등 정보 취약계층은 비싼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사는 사례가 많아지자 마련됐다. 당시 정부는 이동통신사의 차별적 보조금 지원을 막기 위해 이통사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을 공개하도록 하고, 유통점이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약화시키며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단통법이 ‘이통사 배 불리는 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결국 단통법의 부작용이 커지자 지난해 1월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 일부 매장 마이너스폰 판매, 대체로 일단 눈치 보기
이날 휴대전화 유통점들은 각자 다른 조건을 내세우며 소비자 모으기에 나섰다. 판매점들에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갤럭시 S25 가격을 문의하자 서울 종로구 A판매점에서는 “기기 값으로 5만 원만 내면 현금 12만 원을 돌려준다”고 했다. 다만 6개월간 8만 원대 요금제를 유지해야 했다. 소비자들에게 ‘성지’로 유명한 B판매점에서는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로 주고, 현금 20만 원까지 얹어주겠다고 했다. ‘마이너스폰’을 팔겠다는 뜻이다. 다만 월 10만 원이 넘는 고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해야 하고, 3개의 부가서비스에도 가입해 4개월간 유지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전반적으로는 10여 년 전처럼 수십만 원의 보조금 등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전에 비해 단말기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고, 통신사 한 곳이 파격적인 보조금을 쓰기 시작하면 3사 모두 뛰어들어야 하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로 소비자 개인의 정보력에 따라 휴대전화 구입 부담이 달라지고 정보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거주 지역과 나이, 신체적 조건에 따른 차별은 단통법 폐지 후에도 금지되는 사항인 만큼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지원금 정보를 실효성 있게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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