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유쾌 다 된다… 셰익스피어니까!

이태훈 기자 2025. 7. 23.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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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色 매력 셰익스피어 무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창작도 인생도 슬럼프였던 작가 셰익스피어(손우현)는 배우가 꿈인 당찬 아가씨 비올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비로소 무대 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해 간다./쇼노트

셰익스피어라면 다 가능하다.

초콜릿처럼 달달한 로맨스가 녹아내리면, 그 속엔 쌉싸름한 삶과 연극에 관한 은유가 숨어 있다. 뜨거운 말의 언어와 차가운 몸짓 언어가 얽혀 쇠맛이 날 듯 비장한 정치 드라마도, 우리 전통의 풍자와 해학을 유럽 광대극 스타일에 녹인 낭만 희극도 있다. 서로 다른 얼굴의 셰익스피어 무대다.

◇달콤쌉싸름 ‘셰익스피어 인 러브’

말더듬이도 입 터지면 멋진 대사를 줄줄이 뽑아내고, 돈밖에 모르던 사채꾼도 명배우가 된다.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게 연극 무대의 매력. 여성은 무대에 설 수 없던 16세기 영국, 빚더미에 앉은 작가 ‘윌 셰익스피어’가 배우가 되고 싶은 당찬 부잣집 아가씨 ‘비올라’와 알콩달콩 사랑에 빠진다. 연애는 아슬아슬 금기를 넘나드는데 연극 준비는 엉망진창. 하지만 한밤의 발코니 아래나 둘만의 방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극본에 채워진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에 관한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대 위에 모습을 갖춰간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비올라(박주현)와 셰익스피어(손우현). /쇼노트

관객을 흡인하는 이야기의 기세가 놀라운 연극. 특히 2막의 극중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시작된 뒤의 무대 전환과 극적 속도감이 대단하다. 무대에 혼신의 힘을 쏟는 이들을 향한 헌사이자 연극 그 자체를 향한 사랑 고백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 연극을 포기해야 하나 싶은 막다른 골목마다 “이제 대체 어쩔 거냐”는 물음에 누군가는 답한다. “어떻게든 될 겁니다. 참 신비로운 일이죠.” 연극의 이 놀라운 신비는, 실은 못 견디게 막막하다가도 살면 또 살아지는, 우리 삶의 신비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셰익스피어 희곡과 소네트에서 뽑아온 대사는 아름답고, 따뜻한 나무 질감의 대형 회전 무대와 입체 승강 무대, 액터 뮤지션의 라이브 연주도 인상적이다. 1999년 26세 귀네스 팰트로에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겼던 영화가 원작. 비올라 역에 이주영·박주현·김향기, 윌 셰익스피어 역에 이규형·손우현·이상이·옹성우 등 매체 배우나 아이돌 가수로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9월 14일까지, 6만~12만원.

◇쇠맛 나는 정치 드라마 ‘킬링 시저’

연극 '킬링 시저'. /토브씨어터컴퍼니

우리 공연계 이야기꾼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극작가 오세혁의 뜨거운 언어와 각광 받는 젊은 연출가 김정 특유의 차가운 몸짓이 만난 정치 드라마. 원작은 ‘브루터스, 너마저?’라는 유명한 대사의 원전인 셰익스피어극 ‘줄리어스 시저’다. 스타 배우 김준원, 손호준, 양지원, 유승호가 시저와 브루터스를 나눠 맡으면서, 지난 주말 막을 내릴 때까지 서강대 메리홀대극장은 관객들로 늘 빽빽했다.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가 원작인 연극 ‘킬링 시저’에서 브루터스를 연기한 유승호./토브씨어터컴퍼니

로마 공화정 시절, 시저가 황제가 되려 한다고 생각한 브루터스가 카시우스의 부추김으로 시저를 죽이지만, 칼끝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정의와 국민, 영웅 시저의 이름을 가장 소리 높여 외친 자들은 새로운 독재자를 탄생시킨다. 차가운 콘크리트 질감의 무대 위에 조명과 안무의 힘으로 브루터스와 시저의 현실과 환상이 뒤엉키는 끝없는 악몽을 펼쳐 놓았다.

◇풍자와 해학의 낭만 희극 ‘십이야’

희극 ‘십이야’는 우리 전통 풍자와 해학을 녹인 유럽풍 광대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립극단

‘십이야’는 쌍둥이 남매가 탄 배가 난파되어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한 마을에 상륙하면서 똑같은 외모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셰익스피어 희극. 프랑스에서 마임을 공부한 임도완 연출가가 각색도 맡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우리 풍자와 해학을 녹여냈다. ‘스카팽’ ‘보이체크’ 등 전작에서도 낯설지만 매혹적인 신체극의 길을 개척해온 연출가다. 그와 함께 작업해온 배우들이 잘 훈련된 신체 언어와 익살스러운 연기, 흥이 가득한 노래로 쉴 틈 없이 관객을 웃겼다. 그림자극 같은 영상과 충청도, 경상도 등 사투리 활용도 웃음 포인트. 이달 초 서울 명동예술극장 공연을 마친 뒤 제주를 거쳐 김포(25~26일), 창원(내달 1~2일), 부산(내달 8~9일) 공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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