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첨단기술을 심다…임업선진국 지탱하는 연구의 힘

박지은 2025. 7. 23. 00: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VTT 기술연구센터
1942년 헬싱키 ‘VTT 기술연구센터’ 설립
고용경제부 산하 응용기술 분야 전문연구
산림 전략·국가 난제 해결 등 연구 수행
핀란드, 203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
기후위기 시대, 산림 탄소흡수원 전면 활용
재생 가능한 산림 바이오소재 연구 활발
친환경 목재 소재 활용 혁신 제품 다수 개발

[산림선진국 핀란드에서 대한민국 산림수도 강원의 새길을 찾다]

4. 핀란드 산림 혁신기술 심장부

“숲은 산림의 모든 데이터를 모아 미래를 설계하는 공간입니다.”

핀란드는 숲과 산림자원에 대해 혁신 연구를 진행하며 각 연구를 첨단기술과 결합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이 임업선진국을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 소재한 VTT 기술연구센터(VTT Technical Research Centre of Finland Ltd)를 찾았다. VTT는 핀란드 최대 규모의 연구 기술 기업 겸 연구 센터로, 고용경제부 산하 응용기술 분야 전문연구 기관이다. 지난 1942년 설립됐다. 에너지, 식품, 5G, 순환경제, 사물인터넷(IoT), 우주, AI(인공지능) 등 모든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연구원 등 직원 규모는 2400여 명이다. VTT는 유럽 최대 응용기술 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비견돼 ‘북유럽의 프라운호퍼’라고도 불린다.

특히, VTT는 국가 산림전략, 바이오소재 산업, ESG 탄소회계 기술의 핵심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VTT가 수행하는 모든 연구 의제와 연구는 핀란드가 직면한 국가적·지역적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첨단기술을 결합한 혁신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산학연 협력을 통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연구 결과물은 그대로 기술상용화에 접목,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VTT가 진행하는 연간 프로젝트는 수천 여 건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EU(유럽연합)와 다국적 기업,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하는 글로벌 협력 과제다.

▲ VTT 내 카페테리아에서 연구진 등이 소통하고 있는 모습

본지 취재진은 이날 한국산림경영인협회(회장 박정희) 핀란드 연수단과 함께 VTT를 방문한 가운데 VTT 관계자들은 탄소중립 설루션, 산림 디지털 플랫폼, 바이오 기반 소재, 산림 부문 연구와 첨단기술 결합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VTT는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설루션을 강조하고 있다.

핀란드의 2035 탄소중립 정책과 직결되는 것은 산림바이오경제 시스템이다. 그 중심에 VTT가 있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법적 목표를 세운 국가다. 전 세계에서 탄소중립에 가장 앞장서 있는 나라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15년이나 빠르다. 핀란드는 2022년 기후변화법을 개정하면서 2035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10년 단위의 세부 목표를 세웠다. 1990년 수준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최소 60%, 2040년까지 최소 80% 줄이겠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국토의 75%가 산림이다. 이를 탄소흡수원으로 전면 활용하고 있다. 핀란드는 산업, 수송, 에너지 분야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2030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 핀란드는 화석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와 연계, VTT는 전기 분해로 얻어진 수소에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을 합성한 친환경 연료 ‘E-fuel’, 나무 등을 원료로 사용해 100% 생분해 가능한 포장재 등을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 목재 섬유를 활용해 VTT 기술로 생산된 재생가능한 산림바이오 제품들이 전시된 모습.

산림 바이오 소재 연구도 활발하다. 이는 기술상용화로 이뤄지면서 핀란드 산림정책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이 역시, 탄소중립과 재생 가능 자원 기반 순환경제라는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날 VTT 산림기술 연구동 내부에는 재생가능한 산림바이오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취재진에게 직사각형 모양의 필름을 들어보인 하미드 아하디안 연구과학자는 “이건 셀룰로오스로 만든 나노바이오 필름이다. 산소·수분 차단력이 뛰어나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고, 땅에 묻으면 분해된다”고 설명했다. 이 필름은 내구성과 탄성, 투명도까지 갖춘 ‘바이오기반 스마트 패키징’ 소재다. VTT는 이 필름을 나노셀룰로오스(nanocellulose)로 제작했는데, 이는 목재 섬유를 미세하게 쪼개 만든 일종의 ‘나무 유래 나노물질’이다. 포장지 외에도 바코드 센서, 항균 기능을 입힌 버전까지 개발되고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나무 섬유소를 나노미터 크기로 분해한 천연 소재다. 높은 강도와 경량성, 생분해성을 특징으로 한다. 나노셀룰로오스는 경량 복합소재, 포장재, 여과장치, 의료용 생체재료 등 응용 가능한 분야가 다양하다. 목질부를 이루는 리그닌(lignin)이란 고분자 물질을 활용한 바이오 신소재 연구와 기술 상용화, 에너지 저장 탄소 소재, 바이오 접착제 등의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나무가 단단한 것은 목질부를 이루는 고분자 물질인 리그닌 때문이다. 리그닌은 석유화학 물질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VTT 내 전시대에는 친환경 목재 소재로 제작된 음식배달 용기와 시곗줄, 섬유 등 다양한 혁신 제품들을 볼 수 있었다. 플라스틱 대신 나무로 식품 포장용 랩과 화장품 용기부터 단열재, 원단, 3D프린팅 원료 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기술 검증을 끝내고 상용화를 시작해 제품이 생산됐다. 기초연구와 시제품, 산업화까지 전주기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미드 아하디안 VTT 연구과학자가 셀룰로오스로 만든 나노바이오 필름을 본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VTT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안보 부문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과 맞물려 핀란드 등 유럽에서는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원의 실질적 활용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보다 안전하고 유연한 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 연구 역시 VTT가 진행하고 있다. VTT는 지난 2023년 스핀오프(분사)한 기업인 스테디 에너지(Steady Energy)가 원격 지역의 지역난방을 위한 SMR(LDR-50)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VTT는 핀란드 알토 대학교, 국유 에너지 기업인 포르툼 등과 협력하고 있다.

핀란드 원자력 규제기관(STUK) 역시 SMR 도입을 위한 규제 정비를 준비 중이다. SMR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보다 작고,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는 원자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규 발전원으로 삼을 것인지를 두고 찬반이 나뉘고 있지만, 핀란드는 탄소 배출 없이 열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 지하 저장소에 열을 저장할 수 있다는 점, 버려지는 폐열을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2035 탄소중립 정책을 연계하고 있다.

이밖에 VTT는 숲과 산림에 대한 위성·AI 기반 산림정보 활용을 확대하고 있는 등 기후위기 시대 최첨단 과학기술을 입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박지은 기자

 

<이 기사는 ‘2025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핀란드 #탄소중립 #첨단기술 #에너지 #임업선진국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