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의 10분 ‘공황장애’

2025. 7. 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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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하는 데서 오는 거대한 공포
‘연예인 병’ No, 심리적 부담 심하면 누구나 취약
그 증상으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해야

공황장애가 매우 위험하고 견디기 힘든 것은 병 자체 때문이 아니다. 공황장애는 발작의 형태로 온다. 숨을 쉴 수 없거나, 온몸의 힘이 빠지거나, 심박수가 빨라지고, 과호흡 증후군이 오고, 어지럽고, 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이런 발작의 형태가 약 10분 정도 지속된다. 이때 편한 자세로 안정을 취하거나 약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정상으로 돌아온다.

#1 우리는 흔히 공황장애를 ‘연예인 병’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편견이다. 공황장애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공황장애’를 고백하는 것에 이제 스스럼이 없고, 또 뉴스로서 주목도가 있기에 연예인 병이라고 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촬영이나 공연 등으로 스트레스성 수면 부족을 쉽게 겪으며, 여기에 술과 커피를 즐기다 보면 상대적으로 공황장애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한다. 즉 극심한 경쟁과 스케줄 그리고 대중의 평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심한 연예인들이 공황장애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2 이경규 외에도 김구라, 차태현, 이상민, 윤종신, 이병헌 등 공황장애에 걸렸거나, 약을 복용 중인 연예인은 많다. 이상민은 70억 원 가까운 빚이 생기고 이를 17년간 갚는 과정에서 공황장애를 앓았다. 이병헌은 지난 3월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서 2021년 ‘SNL코리아’ 출연 과정을 밝히며 “내가 울렁증이 있다. 공황장애 공포 때문에 무대 위나 생방송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방송에서 ‘이병헌입니다’라고 인사하는 순간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고,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한다”고 고백했다.

예기치 못하는 데서 오는 공황발작의 ‘예기불안’

‘공황장애’는 별다른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한 순간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공포’, ‘숨이 가빠지거나 막힐 듯한 느낌’, ‘땀이 나거나 손발이 떨림’ 등이 짧은 시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이다. 공황장애에 대해 “남자가 무슨, 술 한 잔 먹고 다 털어버리면 돼”, “아무리 힘들어도 정신과 약 먹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단순 무식‘한 발언이다.

많은 정신적 질환, 특히 공황장애는 멘탈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우리 몸의 에너지 조절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일어나는 생물학적, 신경계적인 자연스런 반응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쉽게 씻어지지 않는 트라우마 혹은 정신적 충격, 수면부족과 과도한 노동과 음주와 흡연 등등의 요소가 반복되면 공황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된다.

이미지 픽사베이
미국의 의사 제이콥 멘데스가 미국 남북전쟁 중에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한 공황장애는 아직까지도 그 발병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제가 없는 편이다. 공황장애가 매우 위험하고 견디기 힘든 것은 예기치 못한 발작의 형태로 오기 때문이다. 숨을 쉴 수 없거나, 온몸의 힘이 빠지거나, 심박수가 빨라지고, 과호흡 증후군이 오고, 어지럽고, 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이것이 ‘공황발작panic attack’이다. 이런 발작의 형태가 약 10분 정도 지속되는데, 이때 편한 자세로 안정을 취하거나 약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정상으로 돌아온다.

사실 이 발작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하거나’, ‘심장마비’ 등이 오지는 않으므로 발작이 일어났을 때 급하게 병원으로 가면 얼마 후 멀쩡해져 조금은 머쓱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공황장애의 특징이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이른바 ‘예기불안’이다. 즉 공황장애는 어떤 상황, 상태에서도 갑작스럽게 발병한다. 해서 ‘발작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황장애 환자들을 더 견디게 힘들게 하는 것이다.

공황장애 자체는 절대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증상으로 공황장애에 대한 징조를 체크한다. ‘가슴이 떨리거나 심장박동수가 증가’, ‘땀이 많이 남’, ‘손, 발 또는 몸이 떨리거나 흔들림’, ‘숨이 가빠지거나 질식할 것 같은 느낌’, ‘가슴이 아프거나 압박감’, ‘어지럽거나, 불편하며 약간의 현기증’, ‘죽을 것 같은 느낌’, ‘몸이 마비되는 지각 이상’, ‘비현실감 혹은 자기 자신에서 분리된 것 같은 이인증’,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 등이다.

전술한대로 공황장애는 정확한 발병 원인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유전적, 생물학적, 심리적, 인지적 요인 등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특히 심리적, 신체적 건강 상태에 따라 공황장애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물학적 요인’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나 자율신경의 이상과 교란도 원인이 된다. ‘나도 공황장애 발작이 일어날까 두렵다’는 불안, 과도한 음주, 흡연, 카페인 복용도 원인 중 하나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으면 우선 약물 치료를 선행한다. 약물은 항우울제, 항불안제이지만 이 약물 치료만으로 공황장애는 완치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물 치료는 마치 감기 걸렸을 때 열, 기침, 몸살 등 감기로 인해 수반되는 증상을 약화시키는 것처럼 항우울제, 항불안제 역시 공황장애나 공황발작 시 증상을 약화시키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이 약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지 치료이다.

먼저 ‘공황장애로 인해 내가 죽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공황장애를 일으킨 어떤 상황, 사건, 트라우마, 스트레스의 요인을 조금씩 제거하거나 그 상황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좁은 엘리베이터 타기, 사람이 많은 버스나 지하철 타기, 혼자 마트에서 장보기 등을 하거나 공황발작 시 과호흡을 제어하는 호흡법, 앉거나 누워서 몸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안정을 취하는 방법 등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지 픽사베이
‘언제 공황발작이 일어날까?’라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 항불안제를 복용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약 복용의 형태와 양은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공황장애를 조기에 발견, 적절히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들은 “공황장애가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제대로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받으면 70~90%의 환자는 증상이 조절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유명 연예인 공황장애 ‘커밍아웃’ 후 늘어나는 환자 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황장애 치료 환자 수는 2015년 52만 명, 2019년 67만 명, 2020년 상반기에는 47만 명 이상이 치료를 받았다. 특히 20대 여성과 10대에서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공황장애 환자 수는 14만 4,943명, 2023년 24만 7,061명으로 6년 사이 1.7배가 증가했다.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677명이 병원을 찾는 셈이다.

이미지 픽사베이
이처럼 환자 수가 늘어난 것은 환자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유명 연예인들의 ‘공황장애 커밍아웃’을 한 영향도 있다. 몇 년 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와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 연구팀은 유명 연예인이 공황장애 투병 사실을 고백한 2010년 전후를 비교한 결과 해당 질환에 대한 신규 진단율이 9.4배까지 증가했다고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된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4~2021년 인구 10만 명당 공황장애 진단받은 환자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공황장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2011년 10월과 2012년 1월, 유명 가수와 개그맨이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더욱 늘어났다. 연도별로도 2004~2010년 연평균 공황장애 신규 진단율은 10만 명당 65명 수준에서, 2021년에는 10만 명당 610명으로 약 9.4배 증가했다. 물론 이 수치의 증가가 유명 연예인의 고백만은 아니지만 그것이 병원을 찾기 두려웠던 많은 환자들에게 용기를 준 것은 사실이다. 또 유명 연예인들이 치료를 받으며 활발히 연예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치료와 일상 생활의 정상적 병행이 가능하다는 간접 확인을 받은 것도 영향을 받았다.

일러스트 픽사베이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신의학과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항불안제, 수면제 등 정신의학과 의료용 치료제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법적으로 ‘마약류관리법’에 속한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정신의학과에서 치료를 위해 주는 약을 마약류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오랜 시간 ‘정신의학과 치료제=중독성’이라는 등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몸이 아프면 우리는 쉽게 병원을 간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쉽게 병원을 찾지 않는다. 대개는 ‘내가 마음이 아프다’를 인지하거나, 혹은 인지했어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마음에 상처’가 깊어지면 그때서야 병원을 찾는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빠른 시간에 정신의학과를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다. 아직도 ‘정신의학과를 정신병 환자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무식한 인식을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들에게도 이 ‘마음의 병’이 갑작스레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기사 속에 AI로 제작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사진 및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9호(25.07.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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