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의혹’ 덮기용? 트럼프, 킹 목사 기밀 공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 목사 암살과 관련된 연방수사국(FBI) 수사 기록 등 자료 23만여 쪽을 21일 공개했다. 숱한 의혹을 낳은 사건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이지만, 유족은 FBI가 수집한 사생활 관련 내용을 킹 목사를 공격하는 데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전해졌다. 최근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논란으로 곤경에 빠진 트럼프가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자 자료를 공개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킹 목사의 딸 버니스 킹과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는 “FBI는 아버지를 거짓 정보와 불법 감시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제 와서 수사 파일을 공개하는 것은 아버지의 유산을 모독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공개된 자료가 본질을 흐리고 명예훼손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FBI는 킹 목사의 성 추문 의혹과 관련된 정보를 광범위하게 모았다. 이는 킹 목사를 흠집 내려고 존 에드거 후버 당시 FBI 국장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킹 목사는 1968년 4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인종차별주의자 제임스 얼 레이의 총격에 사망했다. 체포된 레이는 자기가 이용당했다고 주장했고, FBI를 비롯한 정보기관은 물론 마피아, 백인 우월주의 단체 등이 암살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이런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이번 자료 공개는 지난 1월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주요 암살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공개 시점을 둘러싸고 ‘엡스타인 스캔들 덮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은 엡스타인에게서 성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들의 명단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엡스타인이 2019년 수감 중 사망하자 트럼프는 그 배후에 딥 스테이트(막후 실력자들)가 있다면서 기성 정치에 실망한 지지자들을 규합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에는 자료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사건에 트럼프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흑인 민권 운동가 앨 샤프턴은 “이번 자료 공개는 트럼프 지지층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킹 목사의 딸 버니스 역시 소셜미디어에 “이제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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