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퇴진 요구에... 버티는 이시바, 열받는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에도 총리직 유지를 선언했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분출하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군 중 한 명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22일 “의석수 제1당이라는 자부심으로 가슴을 펼 때가 아니라, 과반수 목표를 달성 못 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어야 한다”며 “자민당의 모자란 점이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마주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이시바가 ‘의석수 1위 정당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명분으로, 총리직 유지를 선언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또 다른 총리 후보군인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전날 “선거 결과는 국민에게서 받은 최후통첩”이라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당내 영향력이 막강한 원로 아소 다로 최고고문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도 21일 회동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당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진다”는 등 이시바의 총리직 유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발언이 오갔다고 전해졌다. 아소와 모테기는 당내에서 의원 30~50명을 움직일 수 있는 실력자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입장이 이시바를 더욱 코너에 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퇴진론에 맞서 이시바의 총리직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현직 각료의 공개 입장도 나왔다. 역시 차기 총리 후보군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극히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면서도 “앞으로도 총리를 뒷받침하고 싶다”고 했다. 이시바 측근으로 꼽히는 무라카미 세이치로 총무상은 “당장 (총리직을) 던져버리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힐 때까지 하고, 그 후에 다시 책임을 생각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반(反)이시바 세력이 당장 자민당 의원 총회를 개최해 이시바의 총재 해임을 논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선거에 패배한 집권당이 내부 권력 투쟁한다는 여론 비판이 부담스러운 데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라는 긴급 현안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선거 결과를 받아든 이시바의 ‘내로남불’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37석에 그치며 패배했을 때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힌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겨냥해 이시바는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아베는 두 달 뒤에 지병을 이유로 사퇴했다. 이시바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다른지, 명확한 답변을 못 내놓으며 ‘내로남불’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당내에선 이시바 총리가 어차피 더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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