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죽다 살아났는데 단전·단수에 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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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는 집중 호우로 삶의 현장을 잃어버린 산청 주민들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정전과 단수로 인해 일상으로 돌아갈 동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는 산사태로 토사와 바위가 밀려들어 집이 훼손되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호우가 끝나고 물은 빠졌지만 집 안과 바깥에는 여전히 흙더미와 자갈이 가득하다.
산청군에서는 호우 피해로 56개 마을, 집 4409호가 단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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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도 못 틀어 열대야 속 쪽잠
유례 없는 집중 호우로 삶의 현장을 잃어버린 산청 주민들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정전과 단수로 인해 일상으로 돌아갈 동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는 산사태로 토사와 바위가 밀려들어 집이 훼손되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경주(58)씨의 집에는 호우 당시 빗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1층 전부가 침수됐다. 호우가 끝나고 물은 빠졌지만 집 안과 바깥에는 여전히 흙더미와 자갈이 가득하다. 마룻바닥에는 흙이 말라붙었고 집기도 흙탕물로 오염된 상황이다. 부리마을의 다른 주민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물을 뿌려 남은 흙을 씻어내야 하지만 마을 전체에 이어지는 단수로 인해 청소는 고사하고 씻지도 못하고 있다.

집에서 생활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지인 집이나 숙소 등을 갔지만, 먼 곳을 갈 수 없는 7~8명 주민은 8평 남짓한 주민센터에 모여 쪽잠을 잔다. 열대야로 뜨거운 밤이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선풍기나 에어컨도 틀 수 없다.
이씨는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물이 나오지 않으니 제대로 된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마시는 물만 겨우 지원받고 얼굴 한 번 씻지 못해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신등면 구평마을회관 일대 마을은 낮은 지대로 인해 위쪽에서 비와 함께 흘러들어온 흙과 쓰레기들로 엉망이 됐다. 집으로 들어온 쓰레기를 들어내던 홍점자(74)씨는 더운 날씨에 집을 치우느라 입던 옷도 다 젖었지만 며칠 동안 씻지도 못하고 있다. 홍씨는 “잠은 임시대피소에서 잘 수 있는데 샤워실이 마련되지 않아 호우 이후로 샤워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며 “집도 빨리 치워야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으니 답보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호우로 죽다 살아 났는데 그 이후가 더 막막하다. 고초가 이런 고초가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산청군에서는 호우 피해로 56개 마을, 집 4409호가 단수됐다. 군은 22일 현재까지 상수도를 복구해 34개 마을 3364호에 단수를 해결했지만 22개 마을 1045호는 아직 단수가 진행 중에 있다. 군에서는 상수도 미복구 마을에 임차차량과 산불차량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고 급수차 6대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산청군에는 1344세대가 정전을 겪었다. 22일 오후 현재까지 송전 보수를 통해 1098세대가 정전이 해결되고 246세대가 전기를 못 쓰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 경남본부 관계자는 “송전 보수를 가야 하지만 도로가 유실된 곳이 있어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전에서는 협력회사 인력 등 191명이 산청에 방문해 송전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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