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피해 합천 가회면 가보니] 수마 휩쓸고 간 마을, 쓰레기밭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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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로 시집온 지 70년이 됐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도 처음이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것도 처음입니다."
가회면 소재지인 봉기마을은 지난 주말 물폭탄으로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여 동안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합천군 가회면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607㎜의 비가 내렸고, 봉기마을이 물에 잠긴 19일 오전에는 시간당 80㎜ 내외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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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 진흙·폐가구 등 가득
주민·자원봉사자, 복구 구슬땀
“이 마을로 시집온 지 70년이 됐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도 처음이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것도 처음입니다.”
22일 오전 합천군 가회면 덕촌리 봉기마을 마을회관에서 만난 조점순 할머니(89)의 말이다.
가회면 소재지인 봉기마을은 지난 주말 물폭탄으로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여 동안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조 할머니는 집중호우가 시작될 당시 집 앞에 있다가 하반신이 물에 잠기면서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위급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할머니는 아들과 이웃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됐지만 할머니의 집은 담장이 무너지고 집 한쪽이 쓸려가는 큰 피해를 입었다.

합천군 가회면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607㎜의 비가 내렸고, 봉기마을이 물에 잠긴 19일 오전에는 시간당 80㎜ 내외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에 따르면 아침부터 폭우가 계속되자 오전 10시경 마을 중간으로 흐르는 소하천이 불어난 물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범람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하천 왼쪽 관공서·상가 거리와 오른쪽 지대가 낮은 마을 집들이 물에 잠겼다.

1㎞ 내외 길이의 관공서·상가 거리는 마을 입구에 있는 가회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면사무소, 파출소, 보건지소, 우체국, 복지회관, 농협, 그리고 지역아동센터까지 최고 1m, 최저 10~20㎝가 물에 침수됐다. 비교적 지대가 낮은 지역에 위치한 상가들은 대부분 50㎝이상 물에 잠기면서 폭우가 지나간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실내에 밀려온 흙과 쓰레기만 치운 채 손을 놓고 있었다. 역시 지대가 낮은 지역인 가회면사무소도 1층이 70㎝ 이상 물에 잠기면서 직원들은 2층 회의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날 면사무소 인근은 온통 흙과 쓰레기로 가득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 등이 집과 상가마다 가구와 집기를 내놓고 집 내부와 입구에 쌓인 흙과 쓰레기를 연신 퍼내고 있었다. 하순자(70)씨 집도 같은 상황이다. 바로 옆에서 운영하던 슈퍼마켓도 모두 침수돼 팔아야 할 상품은 물론 냉장고도 버려야 할 형편이다. 하씨는 “집도 문제지만 음료수고 뭐고 밀봉됐다고 생각한 상품도 흙먼지가 들어가서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에어컨도 냉장고도 모두 고장 나서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면사무소 옆에서 ‘부산양품’이라는 옷수선·양품점을 운영하는 한기옥(73)씨는 그날 오전 가게에 있었는데 하천이 범람하자 갑자기 물이 가게는 물론 가게보다 50㎝ 정도 지대가 높은 안쪽 마루와 방까지 밀어닥쳤다가 30분도 채 안 돼 물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한 씨는 “가게에 진열돼 있던 판매용 옷과 옷수선 기계가 못 쓰게 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합천이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돼야 얼마라도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진흙밭으로 변한 창고를 치우고 있던 마을 주민 박봉재(63)씨도 “당시 물에 1m가량 잠기면서 창고에 놓아둔 물건이 모두 다 떠내려갔다”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희망을 걸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19일 오전 1시간여 동안 수마가 휩쓸고 가자 마을은 온통 진흙과 쓰레기밭으로 변했다. 다음날인 20일부터 마을 주민들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한마음으로 진흙을 걷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면서 지금은 사람이 살던 마을의 모습을 조금은 되찾고 있다. 사흘이 지난 이날도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도로와 공터에 쌓여 있는 진흙과 쓰레기를 치우고 있고 주민과 자원봉사자들(LH봉사단 120여명)은 상가와 마을회관 등을 치우고 있었다. 또 면사무소 앞 공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서비스팀이 물에 젖은 전자제품을 수리하고 있었다.
이종구·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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