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金 수박 시대'..기후위기 시대의 민낯
【 앵커멘트 】
무더운 여름, 선풍기 앞에서 시원한 수박
한 조각 베어 물며 더위를 식히던 풍경.
하지만 이제는 그 여름의 정취마저
사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철 대표적 서민 과일인 수박 값이
3만 원을 넘기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른바 '금수박'이 됐기 때문인데,
금수박 시대가 보여주는
기후위기 시대의 민낯을
제가 직접,
앵커리포트로 들여다봤습니다.
【 기자 】
대전의 한 대형마트.
매대마다 여름철 대표 과일
수박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면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7, 8, 9Kg 수박 모두
3만원이 훌쩍 넘고, 큰 수박은
3만 5천원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수박 한 통을 먹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인터뷰 : 유재남 / 대전 서구 갈마동
- "(이 가격이면 사시겠어요?) 좀 어려운데요. 이거 사 먹겠어요?"
치킨집을 운영 중인 유봄새 씨는 가격표를
보고 놀랐지만, 더 오를지 모른다는 걱정에
큰 맘 먹고 수박 한 통을 카트에 넣습니다.
▶ 인터뷰 : 유봄새 / 대전 중구 복수동
- "초복에 사면 더 비쌀 것 같아서 미리 3, 4일 전에 이렇게 구입해 놨다가 시원하게 해서 손님 드리고 싶어서요."
수박 1통당
평균 소매 가격은 3만 천374원.
2주 새 7천600원이나 올랐고,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8천200원이나 비쌉니다.
누구나 쉽게 즐기던 여름 과일인 수박 값이
금값이 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은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입니다.
3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수박 수요가 급증했지만, 고온다습한 날씨에 출하량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입니다.
▶ 스탠딩 : 이수복 / 앵커
- "농가에서 갓 따온 수박을 저장하는 창고입니다. 평소라면 수박으로 가득차 있어야 하는데, 출하 물량이 워낙 달리다보니 보이는 것처럼 5분의 1정도만 차있습니다."
여기에 수백 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까지 생겨났고, 저장,
유통 물량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종일 / 논산수박연구회 영농조합 대표
- "비가 많이 오면 침수될 수도 있고 그래서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수확을 포기하게 되면 저희가 생산비 같은 거 건지 지도 못하거든요."
이런 가운데 농가는 농가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카페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미리 사둔 재고가
소진되면 수박 주스 판매를 잠정 중단할
계획입니다.
▶ 인터뷰(☎) : 카페 점주
- "여기서 가격이 너무 심하게 오를 경우에는 정말 판매를 중지, 품절하고 중지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거든요."
극한의 더위에 기록적인 폭우까지
반복되는 등 변해버린 기후에
2년 연속 수박 농사를 망친 농부는
농업 자체에
'회의'가 든다고 하소연합니다.
▶ 인터뷰 : 정계순 / 예산군 수박 농민
- "(농민 입장에선 의욕이 떨어지겠어요.) 의욕도 안 생기고 또 이게 돈이 있어서 짓는 게 아니라 일부 농약 같은 거는 외상으로 갖다 쓰고 빚내서 이거 인건비 주고 이러거든요."
정부가 뒤늦게 할인 지원과 수급 안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지만 기상이변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 스탠딩 : 이수복 / 앵커
- "금수박 시대는
단지 농산물 가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위기에 대비한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망과 기후에 강한
농업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한여름 익숙했던 풍경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기후위기와의 싸움'이라는 걸
이 수박 한 통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리포트 이수복입니다. "
(영상취재 최운기 기자)
TJB 대전방송
이수복 취재 기자 | subok@tjb.co.kr
Copyright © T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