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소비쿠폰 취약층에 ‘주홍글씨’…비난 쇄도
지급 금액 별로 선불카드 ‘색상 구분’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탁상행정 지적
“자녀에 미안…서러움 넘어 비참” 눈물
전남지역은 색상 구분 없어 극명 대조

<속보>광주시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 색상을 지급 금액 별로 구분한 것으로 나타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사진>
광주시는 오지급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지만, 선불카드 사용자의 소득 수준이나 생활 상을 노출시키는 카드 색상 구분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전날부터 발급을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광주지역 선불카드는 금액에 따라 3종류의 색상으로 구분된다.
1인당 18만원을 받는 상위 10%·일반 시민은 ‘분홍색’ 카드, 33만원을 받는 차상위·한부모 가족은 ‘초록색’ 카드, 43만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남색’ 카드다.
문제는 색상이 다른 선불카드를 이용할 때 사용자의 소득 수준 등이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초록색·남색 카드를 발급받은 시민들은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홀로 미성년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A씨는 “아이 이름으로 된 카드가 없어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대신 발급받았는데, 함께 간 지인과 카드 색상이 달라 처음에는 의아했다”며 “금액에 따라 카드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선 얼굴이 시뻘개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경제 상황이 어려운 시민에게 추가 지원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야 한다면 누가 받고 싶겠냐”며 “어떻게 행정기관이 어린 아이에게 한쪽 부모 없이 산다는 꼬리표를 붙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B씨도 “요새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거주하는 곳으로 등급을 나누는데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 봐 도저히 카드를 쓰라고 주지 못할 것 같다”며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소비쿠폰을 사용할 때 눈치를 봐야 한다니 서러운 걸 넘어 비참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소비쿠폰 발급 현장에서 오지급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색상을 구분한 것 뿐”이라며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느 지역인지 밝힐 순 없지만 타 시·도에서도 선불카드 색상을 구분해 발급하고 있다”며 “최종 디자인은 행정안전부의 검토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광주와 달리 전남의 경우 선불카드를 지급하는 목포시, 여수시, 순천시, 나주시, 광양시, 고흥군, 장성군 등 7개 시·군 모두 금액별 카드 색상을 구분하지 않아 대조를 이루고 있다.
7개 시·군 중 여수시는 카드 색상을 다르게 하고 있지만 광주처럼 지급 금액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니라, 취급 은행 별로 차이를 뒀다. 실제 광주은행은 파란색, 농협은 하늘색이다.
이에 대해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다른 곳도 아닌 인권도시 광주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도 “혼선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색을 나누는 것 뿐이었을까 싶다”며 “다른 지역에서 카드 색상을 구분하더라도 광주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재정·안재영·주성학 기자
Copyright © 광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