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손부채·그늘이 전부…자식 같은 상품 생기 잃어 ‘한숨’

주성학 기자 2025. 7. 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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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삶의 현장](1)좌판 여는 상인
광주 말바우시장 ‘할머니 장터 골목’
아침부터 채소 손질·진열 등 구슬땀
생선 마를까 냉방기기 작동 못 해
“소비쿠폰 특수 절실”…관심 호소
매년 높아지는 기온과 폭염으로 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 여름철 장사는 녹록지 않다. 다만 22일 광주 말바우시장은 전날 정부가 지원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에 평일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주성학 기자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가 이미 역대급인 올여름은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됐다’는 말을 여느 때보다 실감케 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일터와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본보는 폭염 속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며 이들에게 무엇이 절실한지 보도·제언한다. /편집자 주

“매년 무더위로 여름 장사가 힘들어져요. 하루하루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22일 오전 10시께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절기상 가장 무덥다는 대서(大暑)를 증명이나 하듯 해가 중천에 오르기도 전부터 시장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시장 한쪽 일명 ‘할머니 장터’로 불리는 이곳은 배추, 깻잎, 고구마순 등 채소를 늘어놓은 좌판 수십개가 줄을 이었고 할머니들이 파라솔 아래에서 채소를 다듬고 진열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에 노출된 일부 채소들이 금세 숨이 죽자 할머니들은 바구니에 놓인 채소 등을 조금씩 그늘막으로 옮겼고, 파라솔이 없는 어르신들은 볕을 피하고자 장대 우산을 펼치거나 손부채로 더위를 식혔다.

“싸게 드릴게요”, “한 번 보고 가세요” 등 목소리가 퍼지자 장을 보러 온 몇몇이 좌판 앞에 멈춰 서 채소를 고르거나 진열대를 살핀 뒤 구매했다.

수산물 코너에서는 상인들이 갈치와 고등어, 오징어 위에 얼음을 끼얹으며 손님을 불렀고, 물기에 젖은 어깨로 땀을 훔치며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생선 손질을 했다.

매년 높아지는 기온과 폭염으로 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 여름철 장사는 쉽지 않지만, 전날부터 정부가 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에 평일보다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수산물 상인 김옥자(60대·여)씨는 “해가 갈수록 더위가 심해지지만 수산물은 선풍기를 쐬면 상품성이 떨어져 얼음팩으로 버티고 있다”며 “보통 이맘때 평일엔 손님이 없는데 정부 지원 효과인지 오늘은 20명 넘게 쿠폰으로 물건을 사갔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장에 온 대다수는 소비쿠폰으로 문어, 전복, 복숭아, 참기름 등을 구입했다.

북구 우산동에 거주하는 김영순(44·여)씨는 “소비쿠폰을 받아 전복 같은 보양식 재료를 사러 왔다”며 “요즘은 시민도 상인도 모두 힘든데 이런 지원이 있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여서 기쁘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역시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수레를 끌며 시장을 오가는 이들로 북적였다.

시장 곳곳에 쿨링포그가 설치돼 있었지만, 외곽은 열기로 가득해 상인들은 선풍기를 틀어가며 더위를 견디고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느라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 이모(70대·여)씨는 “여름이면 덥고, 습한 게 반복돼 매일 장사가 전쟁이다. 정오 지나면 기온이 더 올라 견디기 어렵다”며 “최근 폭우로 채소 수급도 어려워 큰 기대는 안했는데 쿠폰 덕분에 손님이 많아져 다음 장날이 기다려진다”고 웃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기준 광주·전남 최고 기온은 30.5-34.5도를 기록했으며, 23-25일은 31-35도로 예상됐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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