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북5도 무형유산 전승지원금도 시급한 민생이다

하응백 이북5도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 2025. 7. 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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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에서는 7~8월을 기획재정부의 시간이라 한다. 기재부가 여러 부처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경제 중심의 효율적인 예산안” 편성을 강조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맞는 말이다. 모두가 잘살 수 있도록 예산이 편성돼 국민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민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 민생 중에 아래와 같은 좀 특이한, 그러나 반드시 들여다보아야 할 민생도 있다.

사람들은 ‘이북5도 무형유산’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이북5도 무형유산’이 북한에 있지 왜 남한에 있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평양검무’ 같은 전통춤이 바로 이북5도 무형유산이다. 북에서 월남하신 분들이 간직한 우리 고유문화 중에, ‘봉산탈춤’ ‘서도소리’ 등 매우 중요한 무형유산은 국가유산청에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를 인간문화재라 불렀다. 국가유산급은 아니지만, 중요한 무형유산은 각 광역시도에서 시도무형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한다. 이를테면 ‘결련택견’은 서울특별시 무형유산이다. 이 유산은 결련(승부)을 겨루는 택견인데 춤과 같은 독특한 품새가 특징이다. 이와 같은 종목은 국가 혹은 광역시도에서 무형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지 않으면 멸실될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우리 전통문화유산이다.

행정안전부 소속 이북5도위원회에서도 다른 광역시도와 마찬가지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지 아니한 무형유산을 이북5도 무형유산으로 지정해 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북5도 무형유산은 다른 시도 무형유산과 달리 1996년 지정 이후 단 한 푼의 전승지원금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월 130여만원의 전승지원금은 무형유산 당사자들의 전승 활동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들의 기·예능을 배울 제자를 확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전승지원금이 있어야 제대로 전승 활동을 하고 후세에 물려줄 수도 있다. 실제로 배울 제자가 없어 종목을 전승하지 못하고 타계한 분도 있다.

이북5도 무형유산 보유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하소연하면,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거절해왔다. 거의 20년 동안.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회는 2023년 10월 ‘무형유산법’을 개정해 제36조3항에 “(이북5도) 무형유산의 기능, 예능, 지식 및 관련 기술 등을 전형대로 체득·실현하거나 전수 교육을 실시하는 사람 또는 단체에 대하여 필요한 경비 및 수당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당시 232명 투표에 230명이 찬성, 2명이 기권한 그야말로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해 통과시킨 법안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2024년에 바로 그 ‘법적 근거’가 확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주무관청인 행안부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푼의 예산도 반영하지 않았다.

20개의 이북5도 무형유산 보유자들은 대부분 고령이라 이승에서의 고된 삶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작년에 법이 마련됐는데도 전승지원금을 못 받게 됐다고 하자, 함경북도 출신의 김길자 할머니(함경남도 무형유산 1호 애원성 보유자)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죽기 전에 대한민국 정부가 주는 돈을 한 달이라도 타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었는데…”라고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김 할머니는 1928년생으로 97세다. 이북5도 무형유산 보유자 중에는 90대가 수두룩하다.

전체 예산 6억원 남짓, 이 정도 예산을 반영하는 게 대한민국 나라 살림 형편상 그렇게 어려운가? 이 예산도 시급한 민생 예산이 아닌가? 이분들의 삶은 민생이 아닌가?

2026년 기재부의 예산안에는 이들에 대한 예산이 꼭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하응백 이북5도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

하응백 이북5도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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