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좋은 안경

이원정 자치행정2부 부국장 2025. 7.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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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퇴근길 버스 안에서 안경다리가 부러졌다.

다만 안과에서 다초점렌즈를 쓰지 않으려면 가까운 곳도, 먼 곳도 적당히 안 보이는 애매한 도수의 이 안경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해 계속 사용하던 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가까운 안경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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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일상에 '편한 안경'이 제일
개인 삶 정답 찾는 과정이 중요

'뚝'. 퇴근길 버스 안에서 안경다리가 부러졌다. 오래돼 눈에 잘 맞는 안경은 아니었다. 다만 안과에서 다초점렌즈를 쓰지 않으려면 가까운 곳도, 먼 곳도 적당히 안 보이는 애매한 도수의 이 안경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해 계속 사용하던 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가까운 안경점으로 향했다. 적당한 가격의 안경을 샀다. 그런데 영 불편하다. 종일 컴퓨터 모니터와 문서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제대로 안 보인다.

일주일도 안 돼 안경점에 다시 갔다. '제 시력에 맞춰' 제작했기 때문이란다. 가까운 곳이 잘 보이도록 하려면 도수를 2단계 정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니면, 다초점렌즈로 바꿔야 한단다. 눈 검사를 하고 한쪽만 렌즈 도수를 낮췄다. 처음보다는 나아져 모니터는 그럭저럭 보였지만, 여전히 문서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며칠만에 이번엔 다른 안경점에 갔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 기계로 눈 검사를 하고 렌즈를 이것저것 양쪽에 끼워본다. 그런데 검사 상 나온 수치를 기준으로 안경사가 생각했던 렌즈 도수와 실제 내가 잘 보인다고 이야기한 도수가 차이가 많이 나는 모양이다. 처음 끼웠던 도수보다 더 낮춰야 잘 보였다. "이러면 먼 곳이 잘 안보일텐데요"라며 안경사가 우려했지만, 나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100m 떨어진 곳에 있는 사과에 화살을 쏠 것도 아닌데. 문제 없이 잘만 보인다고 하니 다초점렌즈가 아닌 일반 렌즈를 해도 되겠다고 했다. 몇 차례 조정 끝에 내 안경에 낄 렌즈 도수를 결정했다. 중간 가격 대(아마도?)의 렌즈를 추천해서 그걸로 했다.

렌즈를 바꾼 안경을 끼니 휴대전화 화면 속 글자도 잘 보인다. 속이 시원하다. 만족하며 웃는 내게 안경사가 말했다. "본인에게 편한 안경이 제일 좋은 안경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편한 안경이란 어떤 것일까. 안경테 디자인이나 재질, 렌즈 두께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 안경을 쓰는지가 아닐까 싶다. 먼 곳을 보는 일이 많은지,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가까운 곳을 주로 보는지에 따라 렌즈 도수가 달라질 수 있다. 처음 구입한 안경은 '내 눈'에는 맞았을지 몰라도 '내 일상'과는 맞지 않았다.

세상 일이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니 '자기에게 맞는 것'도 다를 것이다. 안경점을 3번이나 가고 렌즈를 여러 번 바꾼 끝에야 나에게 '편한 안경'을 찾았듯이,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얼마전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BNK경남은행이 후원한 'BNK경남은행과 함께하는 청년스토리 공감의 장' 행사가 열렸다. 다양한 모습의 청년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공감을 얻었다. 으뜸상을 받은 이는 '나도 청년인데, 엄마가 된 청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간호사와 엄마로서 고립되고 소외된 시간을 버텨나가는 청년 이야기를 들려줬고, 버금상을 받은 이는 '가상에서 현실로 게임 중독 청년의 성장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성장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을 자신의 과거와 현재로 보여줬다.

심사평에 나오듯 '각자의 삶이 다 우주'다. 삶에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자신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고 외로울 테지만, 자신의 모습,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들을 보면 그 자체로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나온다. 자신만의 우주를 찾는 이들을 응원한다.

/이원정 자치행정2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