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형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 “부동산에서 미래산업으로 유동성 이전 ‘머니 무브’ 필요” [세계초대석]
이래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 감당 못 해
제도 개선해 ‘코리아 프리미엄’ 만들 것
상법 개정은 이제 시작… 2차 개정 앞둬
집중투표제, 소액주주 이익 대변 장치
자사주 원칙적 소각은 李대통령 공약
규제개혁 핵심은 네거티브 방식 전환
기업들 자유로운 활동 적극 보장하되
불법 행위에 대한 민사 책임 강화해야”
“우리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자금으로 유동성이 흘러가는 ‘머니 무브(Money Move)’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에 묶인 가계 자산을 금융시장으로 이동시키는 ‘머니 무브’ 전략을 직접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민주당은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대주주 영향력 제한 장치) 강화 등이 포함됐다. 여야는 지난 3일 ‘더 센’ 상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오 위원장은 “상법 개정은 이제 시작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문제를 비롯해서 제도 개선할 것들이 많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배임죄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한 재계의 반발에 대해선 “근거 있는 우려”라며 “배임죄 완화 논의를 열어놓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 변호사로, 금융·증권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경제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 활약하며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다양한 경제·금융 관련 입법과 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대면 인터뷰와 22일 전화 인터뷰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코스피 5000’이라는 상징성이 주는 메시지는.

“냉소에서 기대로 바뀌고 있는 걸 피부로 많이 느낀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이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일관되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대를 유지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그 흐름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시장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렇다. 이 이슈를 여야 문제로 접근하면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윤석열정부에서도 추진하려 했다. 윤석열정부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에 충실의무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나쁜 거짓말”이라고 말했고, 지난해 윤석열정부 금융위원회에서도 자사주 소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 일부 보완만 하고 끝내면서 많은 국민과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그런데 이번에 상법이 실제로 통과되니 ‘포기할 줄 알았는데 진짜 하네’ 하면서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상법 1차 개정 때 통과되지 못한 사안들은 어떻게 진행하나.
“상법 개정은 이제 시작이다. 2차 개정은 지난번에 통과하지 못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에 대해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 지난번에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는 공청회를 거쳤으니 나머지 2개도 공청회를 하자고 해서 절차를 존중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많이들 묻는데, 속도조절의 문제가 아니고 시장의 요구가 충분하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법 3차 개정의 방향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경영권이 정말 바뀔까. 그렇지 않다. 집중투표제는 경영권을 이사회 다수파가 갖고 있는 상태에서 소액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이사회에 넣게 해주는 제도다. 그러면 또 ‘영업 비밀을 다 가져가면 어떡하느냐’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영업 비밀 유출이 이뤄지면 형사적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대주주가 잘하든 못하든 경영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대한민국 기업 순위를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등부터 10등까지 회사가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미국은 많이 바뀌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미국은 경쟁적이고 혁신적이어서다. 경쟁적 상황에서 혁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전세계에서 버티고 대한민국이 성장하려면, 경영권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자본시스템을 존중해야 한다. 국회와 재계의 상호 절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상법 개정에 따라 배임죄 완화를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우리 사회에 배임죄 관련 논란이 계속 있어 왔다. 배임죄 규정을 검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로 배임죄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는 재계의 목소리도 근거 있는 우려라고 생각한다. 특위 차원에서도 열어두고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고,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원칙과 함께 처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배임죄 완화 방향성은.
“마찬가지로, 김태년 의원안(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 삭제 및 형법상 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과 고동진 의원안(상법상 ‘특별배임죄’ 기준을 현행 ‘임무를 위배한 행위’에서 ‘회사를 위한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강화 및 형법상 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 다양한 의원들의 안을 비교하며 입법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배임죄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상태에서 여러 아이디어에 대해 들어보고 법무부와 대법원의 의견도 청취하는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정기획위원에서 규제 합리화 태스크포스(TF) 팀장도 맡고 있다. 합리적인 규제 개혁 방향은.
“규제 개혁의 핵심은 규제 시스템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것이다. 신사업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다만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묻되, 형벌 중심의 제재 방식에서 벗어나 민사적 책임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가가 ‘이것만 하지 말고, 나머지는 다 해’라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안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1966년 전남 화순 출생 ●광주 조선대학교부속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학사 졸업 ●제39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수료(29기) ●미국 UC버클리 법학대학원 법학석사(LL.M)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 ●제21·22대 서울 도봉을 국회의원
대담=이천종 정치부장, 정리=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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