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박정희 계엄, 북한은 이미 알았다"... 김대중의 일기 223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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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일기를 단장(斷腸)의 심정으로 쓴다. 오늘로 우리 조국의 민주주의가 형해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일본에 머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1972년 10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망명을 결심하고 일본, 미국 등을 오가며 국제 정세와 국내 상황을 적은 일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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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수첩에 223편 일기 직접 남겨
1년 해제 끝...'김대중 망명일기' 출간

"나는 이 일기를 단장(斷腸)의 심정으로 쓴다. 오늘로 우리 조국의 민주주의가 형해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일본에 머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두 달 전엔 "흔히 1975년에는 선거가 없을 것이라 한다"(1972년 8월 26일)고 일기를 썼다. 당시 헌법에 따르면 3연임을 한 박 전 대통령은 1975년 출마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전에 권력 유지를 위해 위헌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본 그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정치인 김대중의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2019년 이희호 여사 서거 후 삼남인 김홍걸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동교동 자택에서 발견한 김 전 대통령의 일기를 엮었다. 1972년 8월 3일~1973년 5월 11일 김 전 대통령이 자필로 쓴 일기 223편이 6권의 수첩에 걸쳐 기록돼 있다. 1972년 10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망명을 결심하고 일본, 미국 등을 오가며 국제 정세와 국내 상황을 적은 일기가 대부분이다. 고어와 일본식 한자 표현이 다수 사용돼 판독, 해제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박명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은 2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공교롭게도 이 작업을 또 다른 비상계엄 상태에서 진행했다"며 "역사의 오묘한 긴장과 병렬, 한 사회가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고난과 희생이 필요한지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일기에는 폭풍 같던 당시 국내·국제 정세, 남북 관계에 대한 김대중의 비범한 시각이 잘 드러난다. 특히 비상계엄 직후 그는 남북한의 독재정권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음을 눈치챈다. 박 관장은 "미국 문서를 보면 실제 박정희 정부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 10월 12일과 10월 16일, 두 차례나 북한에 통보를 해주는데 김 전 대통령은 이를 꿰뚫어 본다"며 "이 비밀문서를 발굴했던 학자로서, 가장 뛰어난 학자도 가장 뛰어난 지도자를 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일기에 "(비상계엄 선포 후) 북한의 태도가 의외로 온건하다고 하며 지난 12일 이후락·박성철 회담에서 서로 양해가 되었다고도 한다(10월 18일)"거나 "이번 사태에 가장 뜻밖인 것이 북한 측이 미리 내통하고 있는 듯하다는 점이다(10월 22일)", "오늘 남북 적십자 평양 회담이 열리고 북한에서도 남한과 보조를 맞추어 헌법 개정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남북 간 사태의 배후에 무엇이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금할 길이 없다(10월 24일)"고 적는다.
김 전 대통령은 수첩 내지 첫 장에 본래 '망향일기'라고 적었다. 그러나 출간되면서는 제목을 '망명일기'로 옮겼다. 박 관장은 "이 일기의 역사적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다"며 "지도자의 경우에는 공동체의 역사 또는 발전 단계와 분리할 수 없었고, 공인 김대중으로서 자기가 몸담은 공동체의 상황과 연결된 기록이라는 생각에 망명 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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