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집, 사람의 삶을 담는 공간- 이호열(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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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거실의 소파가 반대쪽으로 또 바뀌었다.
같은 거실도 소파 하나의 위치를 옮기고 조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된다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무심결에 공간이 주는 감정과 기능의 깊이를 느낀다.
주거 공간을 만드는 조직에서 나는 때로는 행정의 언어로, 때로는 예산과 절차의 언어로 일을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의 끝은 누군가의 삶에 가장 가까운 공간, '집'을 짓는 일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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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거실의 소파가 반대쪽으로 또 바뀌었다. 우리 집에 새로운 가구가 들어오거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내는 수시로 가구 배치를 바꾸고 공간 활용에 대한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같은 거실도 소파 하나의 위치를 옮기고 조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된다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무심결에 공간이 주는 감정과 기능의 깊이를 느낀다.
나는 건축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도면을 그리거나 구조를 계산할 줄도 모른다. 그런 내가 ‘공간’이라는 말을 삶과 가까운 언어라고 느끼게 된 건 LH에 근무하면서부터다.
아마 공공주택 건설을 하는 공기업의 일원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주거 공간을 만드는 조직에서 나는 때로는 행정의 언어로, 때로는 예산과 절차의 언어로 일을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의 끝은 누군가의 삶에 가장 가까운 공간, ‘집’을 짓는 일과 맞닿아 있다.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한 청년이나, 신혼부부와 고령자를 위한 행복주택의 벽지 색을 비교하고, 아이의 책상이 들어갈 자리를 상상하는 모습은 이 세상의 무엇보다 행복한 모습이다.
마치 이미 살아온 공간처럼 느끼는 그 감정은, 단지의 규모나 소유 형태와는 관계가 없다. 주거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를 넘어, ‘나만의 공간 있다’는 작지만 단단한 확신을 주는 출발점이 된다.
직장에서 마주하는 나의 하루하루 업무가 누군가의 삶의 기반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생각하면, 언제부터인가 단순한 행정이나 절차도 벽돌 한 장을 얹는 일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짓는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희망이고, 연결이고, 미래다. 그 과정과 공간 속 어딘가에 나 역시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어떤 사람은 방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고, 누군가는 아침 햇살이 머무는 남향의 창을 꿈꾸고, 또 어떤 이는 저녁노을에 물드는 벽면이 어울리는 구조를 택하기도 한다. ‘좋은 집’이란 꼭 크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의 일상에 맞는 속도로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간,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호열(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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