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 선구자’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 탐구까지…클린트 부산 소환

김현주 기자 2025. 7. 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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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따라 사후 20년간 作 미공개

- 미술사서 잊혀졌다 뒤늦게 조명
- 현대미술관 韓 첫 대규모 회고전
- 10월 26일까지 총 139점 선보여

“지금, 우리가, 힐마 아프 클린트를 소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힐마 아프 클린트의 <no. 7, 성인기>, 그룹 IV, 10점의 대형 그림. 오른쪽은 <no. 1>, 그룹 X, 제단화.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제공


부산현대미술관(부산 사하구 하단동)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전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이 관람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바실리 칸딘스키나 피에트 몬드리안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추상화가라고 하기엔 조금 낯설지만, 실은 두 화가보다 먼저 추상화를 그린 선구자란 점에서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 대상이 된 작가.

부산현대미술관은 단순히 미술사의 관점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를 주목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너머의 세계를 탐구한 ‘작가’의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에 ‘적절한 소환’이란 제목이 붙은 전시는 단순히 그를 재조명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왜 그를 불러내는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며 자신의 언어로 추상이란 새로운 예술을 개척한 예술가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과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과 협력해 선보이는 아시아 첫 순회전이자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앞서 지난 3~6월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선보였고 부산현대미술관이 지난 19일부터 오는 10월 26일까지 이어간다. 하지만 일본의 전시와 구성을 달리하고 공간의 컬러나 배치도 차이를 둬 차별화를 시도했다.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로, 자연 과학 신지학 인지학 등에 영감을 받아 보이지 않는 세계와 우주의 질서를 탐구하며 이를 기하학적 형태와 상징적인 색채로 형상화한 서구 추상화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러나 유언에 따라 사후 20년간 작품을 공개하지 않은 영향으로 2019년 열린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대규모 전시로 화제가 되기 전까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전시에는 그의 회화 연작을 중심으로 드로잉과 기록 자료 등 139점을 소개했다. 연대기별로 작가의 작품을 나열한 것에서 벗어나 주요 연작들을 묶어 그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식물 초상 풍경 등을 정밀하게 그린 ‘초기작’을 비롯해 ▷영적 모임을 구성하며 그것이 작품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5인회’ ▷태초의 혼돈 시기를 통해 영적인 존재를 탐구하게 된 ‘태초의 혼돈과 에로스’ ▷원 나선 곡선 등 자유로운 형상과 색채로 추상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대형 형상화’ ‘10점의 대형 그림’ ‘진화와 인식의 나무’ ‘백조’ ▷영적 존재를 받드는 과정에서 나온 ‘제단화’ ‘파르시팔’ ▷과학과 영성을 연결하고자 한 ‘원자’ ▷후반기 규칙과 구조에서 벗어나 직관과 감각의 흐름으로 자유로운 형식의 작업을 보여준 ‘꽃과 나무를 관찰하며’ ‘무제’ 등이다.

각 연작의 의미를 따라가며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그만의 신비로우면서 온기 넘치는 색감·무늬·모형, 그리고 영적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여백미 등 오묘한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부산현대미술관 최상호 학예연구사는 “힐마 아프 클린트가 굉장히 다양하고 의미 있는 작업을 했는데 그를 단순히 추상화의 선구자이자 여성 화가로 미술사에 편입시키는 것이 아쉬웠고, 실제 작품을 내놓은 시점이 빨랐다고 선구자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며 “그는 자신의 느낌대로 감각을 재편집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한 이로, 여느 추상화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한켠에는 우리가 왜 힐마 아프 클린트를 소환해야 하는지 관람객에게 묻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가 펼쳐놓은 세계를 통해 감각이 깨어난 관객이 다시 자신만의 언어로 클린트에게 소환장을 보내는 것으로 ‘적절한 소환’이 마무리된다.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7월 31일~8월 15일)에서 라세 할스트름 감독의 영화 ‘힐마’를 상영하고, 전용 홈페이지(www.hak.busan.kr)도 운영한다. 유료(성인 1만 원, 어린이·청소년 6000원, 20인 이상 단체 관람 시 할인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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