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AI(인공지능)에 열광할 때, 다시 책으로
더위는 기록에 기록을 바꿔가며 기승을 부린다. 어쩌다 바람이라도 불면 시원함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에어컨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시간이다. 나 역시이제는 에어컨 없이 여름을 견디라고 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여름을 더위와 씨름하며 견디던 지난날이 아득해진다.
늦은 시간에 사무실을 나와 걸었다. 양정에서 걷기 시작해 송상현 광장, 전포동, 부산국제금융타운을 지나고 문현동에서 살짝 비켜 가기로 마음먹고는 배정고등학교 쪽 언덕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신없이 복잡하고 휘황찬란하던 거리와는 다르게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골목을 걸어본다. 주변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아날로그다. 지금 글을 작성하는 것도 컴퓨터라는 디지털이다. 그러니 글을 ‘쓴다’ 보다 ‘작성한다’가 돼버린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익숙해져 버린 컴퓨터라는 디지털 때문이다. 업무가 아닌 개인 작업을 만년필로 한 자 한 자 밥을 짓듯 열심히 글을 지었으나, 언젠가부터 익숙함에 나의 영역 일부는 디지털의 힘을 빌리게 됐다. 이제는 AI라는 거대한 녀석이 나타나 나의 삶 깊은 곳에 살 준비를 하고 있다.
AI의 출현은 당연하다며 그냥 잘 이용하면 된다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챗지피티나 제미나이를 쓰는 사람들은 그 편리함과 재미에 칭찬이 늘어진다. 힘들게 찾아야 하는 것을 쉽게 해결해 주니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좋게만 생각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정보는 그동안 인간들이 만들어낸 정보를 조금 더 빨리 검색해 보여 줄 뿐이니 오류 또한 많다. 사용자는 이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서 다시금 책에서 찾아야 한다. 어쩌면 컴퓨터에 더 많은 정보를 우리 스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윤승철이라는 젊은 작가의 책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을 읽던 중 ‘별을 가두는 법’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그의 진정성을 봤다. 열세 가지 순서를 따라 별을 가두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그중 아홉 번째로 주변의 모든 불을 끈다. 그리고 열하나, 간절했던 것을 생각한다. 작가의 젊음은 간절함이고 열정이었다. 이러한 것이 탐험가 연구자 작가 시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그가 닿는 곳에는 아날로그의 열정이 빛났다. 덕분에 나의 젊은 날이 생각났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으로도 행운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 서툴지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책 속에 빠졌었다. 그렇게 책으로 맺은 인연은 새로운 인연으로 엮어줬으며,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인연으로 발전했다. 미래 AI가 지배하는 세상도 책에서 만났다.
퇴직 후 지금도 신문 보기와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제는 습관이 됐는지 아침에 신문 보고, 책 읽고 이렇게 산다. 문명의 기기를 이용하기보다 그냥 아날로그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냥 걷고, 책 읽고,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나의 삶에 AI를 최대한 늦게 받아들이길 원하면서 산다. 가끔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 대신 주변을 살피며 운전한다. 이렇게 한다고 많이 늦는 것도 아니다.
곧 학교는 방학이다. 집안은 학부모와 학생의 긴 만남이 시작될 것이다. 아침에 학교 갔다가 저녁에 보던 자녀와 종일 같이 있다 보면 부딪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책이라도 읽기를 기대할 것이며, 자녀는 학교보다는 편안하고 시원하게 집에서 게임을 하며 쉬고 싶을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불만이 시작되는 접점이다. 요즘 게임들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다양하게 계발하기에 쉽게 게임에 중독되기도 한다.

이럴수록 스스로는 나를 찾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어떤 방법으로 나를 찾을 것인가?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가정에서부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무더운 여름도 이기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가족끼리 이야기도 나누면서. AI의 기술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지만, 그럴수록 우리 모두에게 책 보는 시간, 글 읽는 시간이 더욱 필요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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