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결혼, 그 거대한 소비의식

경기일보 2025. 7. 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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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성인, 입학, 졸업, 결혼,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전환점을 통과할 때마다 사회적으로 '승인'받는 과정을 거친다.

SNS 사회에서는 결혼 과정이 개인의 단순한 기록을 넘어 타인의 눈을 의식한 연출의 결과물로 콘텐츠화돼 소비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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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성인, 입학, 졸업, 결혼,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전환점을 통과할 때마다 사회적으로 ‘승인’받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이를 통과의례 (Rite of Passage)라 부르며 인간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왔다. 개인 차원의 새로운 변화를 사회적으로 ‘인증’받는 상징적 의식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이러한 통과의례는 소비의 대상이 된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순간들을 완성하도록 무엇을 구매해야 하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일종의 패키지 상품처럼 판매한다. 소비자는 정형화된 방식으로 소비하지 않으면 그 본질적인 의미가 축소 및 퇴색된다고 여기거나 심리적 소외감을 느끼는 등 점점 외형적 소비 방식에 갇히고 있다. 특히 결혼은 더 상징적이다. 결혼식은 남녀 두 사람의 결합과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주고 축하하는 진정성을 나누는 자리이지만 점점 외형적 소비 방식에 더 큰 공을 들이게 된다. 소위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프러포즈, 예식장, 혼수, 예물, 신혼집 등 소비의 크기와 규모가 사랑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처럼 작동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사회 주요 소통 창구가 되면서부터 결혼은 둘만의 약속으로 끝나지 않고 행복한 부부, 깔끔한 신혼집, 감동을 주는 이벤트, 완벽한 결혼사진 등 결혼의 모든 과정을 하이라이트 영상처럼 관객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공개 무대가 되기도 한다. SNS 사회에서는 결혼 과정이 개인의 단순한 기록을 넘어 타인의 눈을 의식한 연출의 결과물로 콘텐츠화돼 소비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SNS 속 결혼은 늘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완벽함이 깃들어 있다. 통과의례가 주는 정서적 가치는 개인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또 문화적 상징은 소비 행위를 통해 더욱 공고해지며 개인의 정체성, 사회적 지위, 소속감 등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타인과 비교하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요즘 20, 30대 젊은층은 기성세대보다 결혼에 대한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크다. 이들 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여전히 결혼이라는 통과의례에 대해 두 집안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결혼식이라는 거대한 소비의식과 기대치를 충족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다른 세대보다 훨씬 크다. 고물가, 저성장, 고주거비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층에 이러한 부담감은 결혼 자체를 회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 평균 결혼비용이 전세자금을 포함해 2억6천만~3억6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의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는 결혼식의 형태를 다양하게 바꾸기도 한다. 스몰웨딩, 셀프웨딩 등 미니멀 결혼식 트렌드가 증가하고 있다. 또 비혼을 당당하게 선택하며 다양한 인간관계, 자기계발을 통한 자아실현 등 인생 과정에서 결혼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기도 한다.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2024년 기준 30% 미만이고 MZ세대는 약 70%로 나타났으며 혼인율은 3.7%(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현 상황은 이후 낮은 출산율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단순히 개인의 취향 존중이라는 긍정적인 측면 이외에 국가·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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