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에 묶인 예술단원, 미어터지는 연습실에 통로로 쓰이는 샤워실까지

주성희 기자 2025. 7. 22. 18:1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원시립예술단 진단] (상)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
지난달 창원시의회 행정사무감사서 합창단 공간 지적
교향악단, 무용단도 단체 연습 후 머물 공간 없어
노조 '개인 연습 자율화' 제안
시 "근무시간과 장소 조정 검토 중"

지난달 12일 창원시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박해정(더불어민주당, 반송·용지) 시의원이 창원시립합창단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했다. 실제 마산 3.15아트홀 내 연습 공간에 가보니 샤워실과 탈의실을 개인 사무공간과 휴식 공간으로 쓰고 있고, 연습실에 낀 곰팡이도 심각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공간이 열악한 건 합창단만이 아니라 창원시립예술단 전체적인 문제였다. 단원들은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것은 물론 불합리한 평정제도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두 번에 걸쳐 창원시립예술단 근무 환경 문제를 살피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창원시립합창단 단원들이 마산 3.15아트홀 지하 1층 연습실 옆에 있는 샤워실에 집기를 놓고 휴게 공간, 개인 연습, 개인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근무 대기하며 따로 연습할 공간 없어 = 연습실 공간 부족은 창원시립예술단이 전체적으로 겪는 문제다. 창원시립교향악단·무용단·합창단 모두 오전에 단체 연습하는 장소는 갖추고 있다. 문제는 단체 연습이 끝난 이후다. 오후가 되면 단원들은 퇴근 시간인 오후 4시까지 아트홀에 머물러야 한다. 근무지에 머물러야 근무를 한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교향악단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1층에 개인연습실 공간이 10곳 있다. 하지만 단원은 100여 명이 넘는다. 30명 정도는 개인연습실을 포기하고 단체연습실에 남아서 개인 연습을 한다. 개인연습실도 사실 개인연습실이 아니다. 한 연습실을 8~9명이 함께 쓰는 게 보통이고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까지 들어간다. 좁은 공간에서 클래식 악기 8~9대가 각기 개인 연습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연습이 불가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무용단 역시 공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용단은 단체 연습실만 있고 개인 연습실이나 별도의 휴게공간, 탕비실 등은 아예 없다. 휴게와 사무는 남녀 탈의실 각 두 곳, 총 네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창원시립무용단이 사용하는 샤워실. 양쪽 연습실을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남녀 구분이 없다. /주성희 기자

탈의실은 의상보관실로도 쓰인다. 연습실 중간에 있는 샤워실도 쓰기에 불편하다. 이곳은 창원시립무용단이 사용하는 전체 연습실과 대관 전용 연습실 사이에 있다. 두 연습실을 이어주는 통로가 샤워실이다. 잠금장치가 있고 칸막이가 있다지만, 남녀 구분은 없다. 애초에 샤워실이 통로로 활용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창원시는 예술단 공간 문제에 공감을 표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세 개의 단, 그러니까 창원시립예술단 전체를 옮길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곰팡이에 오랫동안 노출돼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합창단을 우선해 장소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진해구 태백동에 있는 진해문화센터가 풍호동 일원으로 이전하게 되면 태백동에 남아있는 건물을 개보수해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전 절차가 더 남았고, 단원 동의 과정도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 연습 자율화가 대안될까 = 공간이 부족한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 일반노조 창원시립예술단지회(1노조)와 공공운수서비스노조 창원시립예술단지회(2노조) 모두 '개인 연습 자율화'를 해결책으로 요구하고 있다. 예술감독(지휘자)과 전체 단원이 연습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근무 공간 안에서든, 벗어나서든 개인이 자율적으로 집중력 있게 연습을 하겠다는 것이다. 2016년 이전에 시행했던 제도라 단원들에게 거부감 없고, 외부에 개인 연습실을 별도로 마련한 단원도 많기 때문이다.

개인 연습 자율화는 2016년 폐지된 후로 계속 요청이 있었지만, 창원시가 지금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사안이다. 근무지에 있어야만 근무로 인정받는 고정관념이 작용한 까닭이다. 또한 개인 연습이 중요하고, 그럴 공간이 꼭 필요한 예술 노동 특성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정서도 작동한다. 위와 같은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마치 근무 태만처럼 보일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실제 개인 연습 자율제의 단점으로 근무 태만, 불성실 등을 꼽는다. 
창원시립교향악단 개인연습실 중 한 곳, 최대 10명이 이곳에서 악기 연주를 연습한다. /주성희 기자

하지만, 이는 단체 연습에 들어가면 금방 드러난다는 것이 단원들의 말이다. 실제 연주를 들어보면 연습량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 과정의 불성실함을 지휘자인 예술감독이 발견해 점검하고 상담하면서 상시 평정을 진행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단원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연주회를 통해 시민에게 평가받기 때문에, 개인 연습 시간을 자율화했을 때의 일탈 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단원들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창원시는 "근무시간과 장소 조정은 복무와 관련해 점검할 사안"이라며 "다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타 시립 예술단과 여러 여건을 살피며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경남도민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