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 SPC계열사 빵·반죽 운반기사 “노동자 판단”… 교섭 가능성 키워

SPC그룹의 파리바게트 빵 등을 물류창고에서 각 가맹점으로 배송하는 화물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SPC 물류 계열사의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원청과 화물기사간 직접교섭 등 관계 개선에 변화가 생길지 노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5-1부는 지난달 12일 SPC 물류계열사인 GFS로부터 화물운송 업무를 용역받은 여주시 소재 A운수가 계약 맺은 화물기사 B씨에게 계약 종료에 따라 소유권(영업용 번호판) 이전 절차를 완료하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법원은 A운수의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A운수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A운수가 당초 소를 제기한 건 ‘정당한 사유 없이 B씨가 화물 운송을 거부’했다는 사유였다. B씨는 A운수에 자신 명의 차량을 맡기고 일감을 받아 일하는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SPC 물류창고에서 파리바게트 등 가맹점에 빵과 반죽 등을 운송하는 배송기사로 일했는데, GFS와 운수사가 운송료 인상 등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아 2021년 9월부터 한달 반가량 파업을 벌였고 업무 복귀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에 A운수가 계약갱신 거절과 동시에 번호판 반납을 요구하자 B씨는 거부했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2심 판결에서 노동계가 주목하는 건 B씨를 GFS의 지휘·감독 속에 일하는 GFS의 노동자로 판단한 점이다. 재판부는 GFS가 B씨의 운송 차량에 계열회사 로고를 도색하고 배차, 운송은 물론 배송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단 점, 운송에 필요한 주유비·통행료 등을 GFS가 부담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B씨 파업의 정당성을 받아들이고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없다고도 봤다.
사용자와 노동자간 실질 업무관계를 바탕으로 한 이번 판결을 두고 쟁의행위를 비롯한 지입계약 화물기사들의 노동 여건 개선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현우 화물연대 서경지부 조직국장은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물류를 운반하는 화물노동자 대다수가 이번 판결 당사자와 유사한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는데 그동안 제대로 목소를 내지 못했다”며 “원청의 일방적인 물량 감소 등에 대항해 교섭 등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점에 변화의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황규수(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SPC그룹처럼 물류기업들이 가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의 형태에서 노동자들이 원청의 직원이라는 판결이 나와 의미가 크다”며 “SPC는 물론 비슷한 방식의 사업장에서 원청의 책임을 묻고,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 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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