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과학은 어떻게 사회와 함께 만들어지는가

박영서 2025. 7. 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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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유전자 변형, 인공지능에서 보듯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삶의 방식을 바꾸고,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마저 흔들고 있다.

책은 과학과 사회의 상호 작용을 규명하려는 흐름에 선구적 역할을 한 플렉의 사상을 열 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플렉의 시선으로 과학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과학이 권위가 아닌 질문의 대상이자,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실천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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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빅 플렉.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루드빅 플렉
송충기 지음 / 뮤니케이션북스 펴냄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유전자 변형, 인공지능에서 보듯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삶의 방식을 바꾸고,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마저 흔들고 있다. 우리는 이를 충분히 성찰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고민했던 인물이 있었다. 폴란드 출신의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루드빅 플렉(1896~1961)이다.

플렉은 자연과 사회, 과학과 문화를 뚜렷이 구별한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과학이 언제나 특정한 시대, 문화, 집단적 인식 안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플렉은 ‘사고양식’(thought style)과 ‘사고집단’(thought collective)이라는 독창적 개념을 제시했다.

책은 과학과 사회의 상호 작용을 규명하려는 흐름에 선구적 역할을 한 플렉의 사상을 열 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플렉이 어떻게 과학지식 생성의 집단적 성격을 설명했는지, 그 이론적 여정을 따라가 볼 수 있다. 특히 ‘매독의 역사’와 ‘바서만 진단법’(매독 진단 검사)에 대한 플렉의 연구는, 개인이 실험을 통해 숨겨진 과학적 진리를 발견한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과학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움직인다는 플렉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플렉의 시선으로 과학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과학이 권위가 아닌 질문의 대상이자,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실천임을 깨닫게 된다.

플렉은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편, 과학적 인식의 본질과 역사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독자적 사유를 이어갔다. 1935년 출간한 ‘과학적 사실의 생성과 발전’은 과학 지식이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는 시각을 담고 있었지만, 당시의 시대적 혼란 속에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1962년 토머스 쿤이 자신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플렉을 언급하면서 조명받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플렉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재평가받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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