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인공지능의 음악계 위협 가시화

2025. 7. 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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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2024년 4월에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북과 전남의 교육청이 진행한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 주제가 공모전’에서 30대 초등교사 A씨가 출품한 ‘세상에 소리쳐! 글로컬!’이 1위로 선정됐다. 그런데 그 노래가 인공지능(AI) 작품이라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인 것이다.

그 노래는 A씨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문자 명령을 수차례 입력해 간단히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작곡가 김형석은 SNS에 “1위로 뽑힌 곡이 제법 수작이었다. 그런데 오늘 주최 측으로부터 AI를 사용해서 텍스트만 치고 만들어진 곡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올렸다. 그러면서 “이걸 상을 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라며 “그리고 이제 난 뭐 먹고살아야 되나. 허허…”라고 우려 섞인 심경을 전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서구권에서 그 우려가 가시화됐다. 특정 기관의 공모전 정도가 아닌 정식 음원시장에서 인공지능 파문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 6월에 데뷔한 복고풍의 인디 록밴드 밸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 관련 논란이다. 이들이 발표한 데뷔 앨범에서 ‘더스트 온 더 윈드’(Dust on the Wind)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한 달 만에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수 110만 명을 돌파했다.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스포티파이 ‘바이럴 50’ 차트에선 무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밴드 정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멤버들이 어느 공연 무대에도 나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팀 이름은 과거의 유명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떠올리게 했고, 히트곡 제목은 과거의 유명곡 ‘더스트 인 더 윈드’를 떠올리게 했다. 멤버들의 이름도 어딘가에서 따온 듯한 느낌이었다. 공개된 사진에선 이상한 오류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밴드의 정체를 캐며 인공지능 의혹을 제기했다.

벨벳 선다운 측은 강하게 부인하다가 7월에 이르러 마침내 모두 인정했다. 밴드는 가상의 팀이고, 이 밴드와 관련된 노래, 사진 등 모든 콘텐츠는 인공지능 작품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이것은 속임수가 아니다. 거울과 같다. AI 시대에 음악의 창작성, 정체성, 그리고 미래의 경계에 도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되는 예술적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인공지능은 음악계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창작자들이 인공지능을 창작 보조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는지에 대해선 많은 창작자들이 함구하고 있다. 이번 벨벳 선다운 사건이 충격인 것은, 보조적 활용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인공지능이 100% 창작의 주체로 나서고 가수까지 가상의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실제 살아있는 뮤지션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

앞에서 벨벳 선다운이 복고풍의 인디 록밴드라고 설명했는데, 이들은 70년대 풍의 편안한 록음악을 선보였다. 많은 이들이 이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에 젖고, 디지털 디톡스의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첨단 디지털 콘텐츠였던 것이다. 이젠 디지털 인공지능이 아날로그 감성까지 섭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인간의 지식을 학습하고 있다. 그 학습 정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이다. 노래는 비교적 단순한 분야에 속한다. 소리는 다양하지만 인간이 좋아하는 소리는 거의 정해져 있다. 역사상 모든 히트곡을 다 학습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의 패턴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작곡 분야가 인공지능이 우선적으로 진출할 부문으로 지목됐었다. 그것이 한국에서 2024년에 공모전 우승으로 나타나더니 올해 서구에서 음원차트 진입으로 본격화한 것이다.

이번엔 이름을 조악하게 짓고, 사진 오류가 드러나면서 금방 탄로 났지만 앞으로 더욱 기술이 고도화하고 이름도 잘 지으면 사람하고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설사 가상캐릭터라는 게 드러나도 인기는 여전할 수 있다. 최근 만화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가상 그룹 헌트릭스, 사자보이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처럼 말이다.

벨벳 선다운 사건을 두고 서구 매체들은 “음악 시장에서 AI가 인간의 영역을 대거 침범할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워싱턴포스트), “‘감동적인 노래는 인간만이 쓸 수 있다’는 오랜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뉴스위크)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대로 이번 사건은 인공지능 시대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린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대격변을 목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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