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정치인 장관, ‘득’될까 ‘실’될까

정치인 장관 시대가 열렸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 19개 부처 장관(후보자 포함) 중 8명이 여당 의원이다. 전직 의원인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더하면 9명이다. 논란 중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의 임명 강행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 각각 여당 의원 5명, 4명이 합류한 것에 견줘 눈에 띄게 많다. 현역 기준으로 보면 김대중 정부 초대 내각(10명)에 필적한다.

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만큼 인선 단계부터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들을 기용해 국회 인사청문회 파고를 넘고, 신속하게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부터 능력을 검증한 이들을 발탁해 국정 철학을 공유하며 임기 초반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 추진의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중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dt/20250722180841015lvtd.jpg)
특히 이 대통령은 장관에는 정치인을, 차관에는 관료를 주로 기용하는 방식으로 정권 초기 안정성과 정책 추진 속도, 개혁 작업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동영(통일)은 물론 정성호(법무), 안규백(국방), 윤호중 장관(행정안전) 등 중량감 있는 인물을 전진 배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하나가 되는 ‘당정대 원팀’으로 내란 청산과 검찰개혁, 한반도 긴장 완화, 저성장 탈출 같은 현안을 헤쳐 나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임기 초 개혁 성향의 정치인을 발탁해 국정 개혁을 밀어붙여온 역대 대통령 인사 방정식 그대로다.
세종정부청사 공직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취임 첫 주를 맞아 부처에 따라 다소 결이 다르기는 하나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먼저 다선 의원인 힘센 장관이 외풍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지 않다. 대부분 부처의 차관을 정통 관료로 임명한 것 또한 공직 내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부처의 고위관계자는 “정치인 장관들은 소소한 업무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간섭하기 보다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 많더라”고 털어놨다.
부처에 따라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개혁 과제들을 어떻게 추진해갈 지에 대해서는 주시하는 모습이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새 정부가 국정 운영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정부 조직과 예산을 면밀히 분석하고, 국가비전을 정립하게 된다. 조만간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 국정 과제와 5년간의 실행 계획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출산·고령화 해법에서 저성장 대응에 이르기까지 망라될 전망이다. 그 비전에 따라 구체적 이행 플랜을 만들어 실천해야 하는 일은 장관을 필두로 한 공직사회의 몫이다.
앞서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혼쭐이 난 정부로선 부담이겠다. 이춘석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가 노력하는 데) 아직 그걸 이행해야 할 공직사회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질타했다. 이틀 전 경제2분과는 해수부 업무 보고를 약 1시간 만에 중단시켰다. 부산 이전과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다는 이유였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고 총평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22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dt/20250722180842283roal.jpg)
새 정부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면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필수다. 정치인 장관 입장에선 예정된 책무대로 앞장 서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게 관건이다. 그러자면 국정기획위 지적대로 공직사회의 의식을 탈바꿈시키는 게 우선이다. 조직 장악력이 남다른 의원 출신들의 행보를 지켜보게 된다. 이들이 전문성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해 합격점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은 취임하게 무섭게 수해현장 등으로 달려가는 데서 보듯 의욕이 넘친다.
의원 출신 장관들이 보여주기 식 성향이 있는데다 지역구를 챙겨야 한다는 점은 변수다. 지역구로 팔이 굽어서는 개혁이 멀어진다. 더구나 지방선거가 1년이 남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부산 이전을 지시한 해수부에 3선의 전재수 의원을 낙점한 것을 놓고 선거용이라는 야권의 비판이 진작에 나왔다. 전 장관도 출마에 뜻이 있다고 한다. 경북에서 3선을 지낸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는 보수 정치인으로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합류했다. 일각에선 경북도지사 출마설을 거론한다. 선거판에 뛰어들게 되면 그만큼 임기가 짧아져 조직 안정을 해친다. 지속적인 국정 추진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장관이 각 부처 수장(首將)일뿐 아니라 국무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보면 정부의 중요 정책을 얼마나 조화롭게 조율하며 접점을 찾아갈지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다른 부처에 대해서는 학계 인사 대신 기업인과 관료를 다수 기용하는 ‘실용주의’를 보여줬다. 장관들의 화학적 결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안 그래도 부처 ‘헤쳐모여’를 앞두고 갈등이 예상되는 현실 아닌가.
이와 관련, 구윤철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기재부가 다른 부처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실세 중 실세로 불리는 예산실장의 힘이 어지간한 부처 장·차관급에 버금가는 기재부다. 과거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발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예산 편성권을 바탕으로 다른 부처의 ‘상왕’ 노릇한다는 비판 속에 조직 개편을 앞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부처 간 협업에 방점을 둔 의지로도 해석된다. 공직사회 문화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가운데 정치인 장관들은 기업인·관료 출신들과 어떻게 호흡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낼까.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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