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임명 국방홍보원장 “이 대통령-트럼프 첫 통화 국방일보서 빼라”

권혁철 기자 2025. 7. 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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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를 제작하는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 기사를 일부 극우세력의 '통화 자작극' 주장을 들며 지면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국방일보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채일 국방홍보원 원장은 지난달 9일치 국방일보 1면에 편집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양국 정상 통화 기사를 신문 발행 직전 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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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일 원장, 지난달 한미 정상 통화 기사 삭제 지시 논란
채일 국방홍보원장이 한-미 정상 통화를 한국만 발표하고 미국이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국방일보에서 기사를 뺐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방일보를 제작하는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 기사를 일부 극우세력의 ‘통화 자작극‘ 주장을 들며 지면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방홍보원장은 국방일보와 케이에프엔(KFN·전 국방티브이)을 제작하는 총괄책임자로, 국방부는 곧장 진상 파악에 나섰다.

22일 국방일보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채일 국방홍보원 원장은 지난달 9일치 국방일보 1면에 편집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양국 정상 통화 기사를 신문 발행 직전 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국 대통령실만 이 사실을 발표했을 뿐, 미국 쪽 공식 발표가 없다’며 한-미 정상 간 통화 기사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국방일보 내부에서는 채 원장의 기사 삭제 지시가 일부 극우 유튜브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것을 근거로 이뤄졌다는 말이 나왔다.

또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주요 성과와 의미를 분석하는 외부 필자 기고문을 받아 국방일보에 게재하려고 했지만, 채 원장의 반대로 싣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방일보 실무진이 ‘국방부 기관지인 매체 특성상 그동안 역대 군 통수권자의 주요 외교 행보에 대한 성과와 의미를 담은 기고문 게재는 통상적으로 해왔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 때도 같은 기준으로 기고문을 게재했다’고 설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국방일보가 12·3 내란사태 이후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담화 내용을 다음날인 12월13일치 1면과 2면에 소개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해당 기사는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은 전혀 다루지 않았고, 군 병력의 국회 투입은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일방적 발언만을 보도했다. 당시 이 보도가 채 원장의 지시라고 알려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방일보는 12·3 내란사태 이후 비상계엄 비판은 다루지 않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담화 내용을 다음날인 12월13일치 1면과 2면에 소개했다. 국방일보 누리집 갈무리

또 채 원장은 12·3 내란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한겨레, 경향신문 등 구독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월 중순께 채 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한겨레 등 좌파 성향 매체를 보지 말라고 국방홍보원 간부들에게 지시해 지난 2월부터 해당 신문 구독이 중단됐다. 채 원장이 이들 신문 대신 보수 성향 한 신문을 보라고 강조해 이후 각 부서에서 이 신문을 추가 구독했다고 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기사 삭제 의혹에 대해 “국방일보 편집권은 국방홍보원장에게 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해 필요하면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홍보원 관리·감독 권한이 있다.

전 대변인은 한겨레 등 구독 중단 주장에 대해서도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채 원장은 한국방송(KBS) 기자 출신으로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공보특보를 지냈고 지난 2023년 5월 3년 임기의 국방홍보원장에 임명됐다. 채 원장은 한겨레의 확인 전화를 받지 않고 “사실과 다른 왜곡된 내용임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문자로 보내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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