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키오스크 의무 설치…"졸속 행정"
진정 접수되면 과태료 최대 3천만 원
교체 비용만 700만원 상인 ‘곡소리’
정부 전국 6천500대만 선착순 지원
"예외 조항 확대 등 절충점 검토 중"

정부가 올해부터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편의성을 높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한 것에 대해 소상공인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불경기 속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2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통해 지난 1월 28일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특정 사업장 내 의무화 했다.
50㎡(약 15평) 이상, 상시 근로자 수 100명 미만 사업장은 키오스크 신규 도입시 반드시 배리어프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올해 1월 28일 전 키오스크를 설치했다면 1년 뒤인 내년 1월 28일까지 교체해야 한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는 이름 그대로 장애인-비장애인 간 '장벽'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기기다. 일반 키오스크에 점자 블록, 이어폰 단자, 스크린 높이 조절 기능 등이 설치됐다. 설치하지 않은 것 자체로 처벌 받진 않지만, 불편함을 겪은 사람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면 업주는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된다. 장애인 응대 인력이 상시 배치돼 있을 경우만 의무에서 제외된다.
해당 정책은 매장 주문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 노약자 등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교체 비용이다. 일반 키오스크는 약 200만원 안팎이지만, 배리어프리 제품은 340~700만원대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증을 받은 배리어프리 제품만 쓸 수 있는데, 인증받은 소상공인용 키오스크 모델은 총 7종에 불과하다. 생산 기업도 전국 4곳 뿐이다. 각 기업은 현재 연간 5천대만 생산 가능해 전국 수만대에 달하는 교체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설치뿐 아니라 부가 비용도 있다. 휠체어 접근을 위해 공간을 확보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바닥재 설치도 의무적으로 병행해야한다.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정책 취지는 공감하나, 불경기 속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구 'M' 커피점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점차 사회적 약자의 편의를 높여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무작정 사비를 들여 교체해야 되는 현실이 너무 버겁다"고 했다.
정부는 지원 사업을 통해 기기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디지털 스마트상점' 예산을 325억원 확보해 키오스크 비용 70~80%를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다만 1인당 500만원을 지원해도 6천500대 지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서빙로봇, 스마트미러 등 다른 디지털 장비와 함께 예산을 나눠 써야 한다. 한정돼 있는 탓에 '선착순'으로 지원받아야 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절충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장애인 권익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겠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고 장관 인선이 남아있어 정책 개선이 지연됐다"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예외 조항 확대 등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