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뚫는 썩은내에 숨이 '턱'…수해복구에 고등생도 온정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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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투성이인 가재도구들을 옮기는 단순 작업이 반복됐다.
금세 마스크와 상의가 땀과 진흙으로 얼룩졌다.
이른 아침 북구 종합자원봉사센터에 모인 봉사자들은 장갑과 장화, 마스크 등을 지급받고, 봉사센터 안내에 따라 일감을 배분받았다.
하우스 옆 작업장 장판뿐 아니라 밥솥, 세탁기 등 전자기기에도 진흙이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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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잠겼던 비닐하우스에선 썩은 내가 진동했다. 진흙투성이인 가재도구들을 옮기는 단순 작업이 반복됐다. 금세 마스크와 상의가 땀과 진흙으로 얼룩졌다.
지난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광주광역시 북구 수해복구 자원봉사에 기자가 시민 40여명과 함께 참여했다. 이른 아침 북구 종합자원봉사센터에 모인 봉사자들은 장갑과 장화, 마스크 등을 지급받고, 봉사센터 안내에 따라 일감을 배분받았다.

첫 복구 현장은 27년간 농사를 지은 김원오씨(65) 비닐하우스. 하우스에 들어가자 뜨거운 공기에 휩싸여 숨이 막혔다. 양수기 등 농기계들은 진흙투성이였고, 하우스에 어른 키만큼 빗물이 찬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하우스 옆 작업장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온갖 물건이 이곳저곳에 나뒹굴었다.
김씨의 하우스는 2020년 폭우 때에도 물에 잠겼다. 그는 "이렇게 비가 내리니까 농사를 못 하겠다 싶었다"며 "5년 전 복구에는 1억원 정도 들었다. 그때 너무 놀랐던 경험이 있어 보험을 들어놨지만, 이번 수해도 언제 복구가 마무리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에게 주어진 첫 작업은 젖은 박스를 하우스 밖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물에 젖어 무게가 상당했다. 얼마 되지 않아 콧잔등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박스를 옮긴 뒤 흐트러진 토마토 재배 시설을 제자리에 놓는 작업이 이어졌다. 봉사자들은 '하나, 둘, 셋!' 구호를 외치면서 재배 시설을 옮겼다. 더는 쓸 수 없는 자재들은 하우스 구석으로 걷어냈다. 자재에서 쏟아진 흙먼지에 눈이 따갑고 기침이 나왔다.
김춘식씨(73)의 농가 사정은 비슷했다. 하우스 옆 작업장 장판뿐 아니라 밥솥, 세탁기 등 전자기기에도 진흙이 묻었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썩은 내가 코로 들어왔다. 진흙이 묻은 장판을 접어 하우스 밖으로 끌어냈다. 들 수 없는 무게여서 바닥에 질질 끌 수밖에 없었다. 노란색 과일상자에 냄비, 주걱, 밀대 등을 가득 담아 나르기도 했다.
이날 폭염특보가 발효된 광주 최고기온은 32도에 육박했다. 김춘식씨 하우스의 내부 온도는 50도를 넘어섰다. 봉사자들의 안전이 우려돼 내부 진입은 불가능했다.

호남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김서연씨와 유아영씨는 전날 광주 공구 거리의 수해 복구에도 참여했다. 이날은 고향 친구인 조연우씨도 합류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농가에서) 노력해오신 것들이 망가져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물을 머금은 폐지를 옮기는 게 조금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오까지 예정된 복구 작업은 무더위에 1시간 빨리 마무리됐다. 봉사자들은 대형 아이스박스에서 물과 음료를 꺼내 더위를 식혔다. 일부 봉사자들은 자발적으로 오후 봉사에 참여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김원오씨는 "이번 일을 겪고 사실 의욕을 상실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근방에 있는 젖은 물건들이라도 치워주니 힘이 난다"며 "나중에 무조건 실연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광주=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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