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PG사···불법도박·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상계좌’ 제공

배재흥 기자 2025. 7. 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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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억단위에서 수백억 단위로?’

금융감독원 직원은 지난해 상반기 전자지급결제대행(PG) A업체를 점검하던 중 수상한 거래 흐름을 포착했다. 수억원대에 불과했던 A사의 거래액이 갑자기 수백억원대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거래 규모가 갑자기 커진 점을 이상하게 여긴 금감원은 A사가 불법도박·보이스피싱 조직과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다.

금감원은 22일 매출을 늘리기 위해 범죄 행위에 쓰일 가상계좌를 제공하거나 사기·횡령 등 범죄에 직접 가담한 PG사 7곳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대포 통장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같은 범죄에 가상계좌가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자결제대행사인 A사는 평범한 쇼핑몰로 위장한 불법 도박 조직에 도박 등 불법 자금 입·출금을 위한 ‘가상계좌’를 제공한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불법 조직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등의 범죄가 주로 규모가 작은 영세 PG사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쇼핑몰로 위장한 도박 가맹점들이 영세한 PG사를 찾아가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PG사 제공 가상계좌를 이용한 불법도박 운영구조. 금융감독원 제공

일부 PG사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도 했다. A사는 불법도박 조직 등을 직접 모집·관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민원이나 피해 신고가 발생하면 유령 법인을 신고해 계좌 지급정지 등을 회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조직이 영세 PG사의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사기 범죄를 저지른 PG사도 있었다. B사의 대표이사는 유령 회사와 지인 회사 등 23개사에서 허위로 카드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조작했고, 허위 카드 매출을 담보로 온라인투자연계(P2P) 업체에 대출을 신청해 대출금을 유용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사기 혐의를 받는 B사 대표에 징역 30년과 추징금 408억원을 구형했다.

PG사의 가상계좌가 투자 사기에 이용된 사례도 있었다. 대포통장 등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가상계좌로 투자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가맹점에 지급해야 할 정산대금 일부를 빼돌린 PG사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PG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가상계좌의 거래내역을 매월 분석하는 ‘가상계좌 거래 상시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도박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 PG사는 사법 절차를 통해 실질적 퇴출이 이뤄지도록 수사기관과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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