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ㅂㅋㅍ 13만원에 팔아요”… 소비쿠폰, 하루만에 당근으로 오픈런

박순원 2025. 7.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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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처 제한에 중고거래로 빠져
소상공 지원 등 정책 취지 퇴색
정부 “관련법률 따라 처벌 가능”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첫날인 21일 광주 북구 두암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직원이 현물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설마했는데, 역시나였다.

오픈런까지 일으키며 전국민의 관심이 쏠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 지급과 동시에 할인가에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깡’ 논란에 휩싸였다.

사용처를 따지기 귀찮은 일부가 현금화하려고 소비쿠폰을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리면서 민생 회복 지원이란 정책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부정 유통 차단을 위해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우회 거래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21일 인터넷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올라온 민생회복 쿠폰 판매 사진. 당근 화면 캡쳐.


22일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소비쿠폰’, ‘민생지원금 쿠폰’, ‘15만원짜리 13만원에 판매’ 등의 문구가 포함된 판매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쿠폰을 정가보다 싸게 팔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깡’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댓글이나 메시지를 통해 비공개 직거래 제안도 이뤄지고 있다.

소비쿠폰은 발급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지정된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업소로 사용처가 제한돼 있다.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 또는 쿠폰 사용 가능한 점포가 인근에 없을 경우 실사용이 어렵다 보니 중고거래 시장으로 흘러드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현금화 행위가 본인 이외 타인에게 쿠폰이 넘어가면서, 실사용자 파악이 어려워지고 정책 효과가 왜곡된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도 소비쿠폰 현금화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정부 지원금의 부정 사용에 대해 전액 환수 조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5배 이내의 제재부가금 부과와 함께 향후 보조급 지급도 제한될 수 있다.

판매자가 물품을 실제로 판매하지 않고 거래를 가장해 신용카드로 받은 소비쿠폰으로 결제하거나, 실제 매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취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이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가맹점과 사용자 모두 처벌될 수 있다”며 강력한 단속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단속을 우회하는 형태로 소비쿠폰 거래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소비쿠폰을 줄여서 ‘소쿠’, ‘ㅅㅂㅋㅍ’ 등 변형 표현을 이용한 우회 게시가 이뤄지는 등 관련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쿠폰 사용자 입장에선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서울에 주소지를 둔 한 소비자는 “주소지는 서울인데 실제 거주지는 지방이라 쿠폰을 쓰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차라리 할인해서 팔고 현금으로 필요한 곳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사용 가능 가맹점이 적거나, 배달이나 온라인 결제가 불가하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은 소비쿠폰 정책 목적과도 어긋난다. 당초 소비쿠폰은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통한 내수 진작을 겨냥한 조치였지만, 유통 구조상 일부 가맹점으로의 쏠림이나 특정 지역 집중 현상이 발생할 경우 정책 파급력이 반감될 수 있다. 더구나 중고거래를 통한 유통은 ‘선별적 소비’보다 ‘현금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유통업계는 제도 설계의 정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사용자 인증을 강화하거나, 실거주지와 사용처를 연계하는 방식, 혹은 본인 확인 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원금이 현금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지속되면 정부 재정이 의도하지 않은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며 “특히 부정 유통이 만연해질 경우 정책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소비쿠폰 깡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통령실은 “수령자가 지급 목적과 다른 용도로 재판매하거나 현금화하는 경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비쿠폰 지원액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토록 할 수 있고, 제재 부과금 부과와 함께 사후 보조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역사랑 상품권 가맹점이 물품을 판매하지 않고 상품권을 수취하는 경우도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가맹점 등록 취소도 가능하다”며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들이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검색어 제한과 게시물 삭제, 소비 쿠폰 재판매 금지 안내문 게시를 요청했고, 지자체에도 중고 거래 모니터링 및 가맹점 단속 강화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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