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나무와 바람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2025. 7. 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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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한 스님이 만공선사를 찾아 왔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 왜 소리가 납니까?"

질문을 받은 만공선사는 눈을 감은 채 커다란 염주알을 굴리고 있었다.

"나무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손님 스님이 고추 씹은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그러면 바람에 나무가 흔들릴 때 들리는 소리는 무엇입니까?"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만공선사가 대답한다. "소리는 바람이 부는 것이지, 나무가 내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불교 선문답은 언어적 역설과 비약의 정수다. 이해가 어렵다. 하지만 그 복잡한 불교 교리를 일일이 말로 깨우쳐 줄 수 없다. 스스로 깨쳐야 하는 불교답게 화두를 툭툭 던지고 탈언어적인 답을 통해 상상계로 이끈다.

"비공개 회의니 만큼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최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고 나오다 취재진과 만났다. 기자들이 혁신안에 대한 비대위의 반응을 물었다.

그는 선문답하듯이 '다구리'라는 화두를 던졌다. 비공개 회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으니 선승들의 화두 화법이 제격이라 생각한 듯하다.

그는 당헌·당규에 계엄과 탄핵에 대한 사죄 명시, 최고위 폐지,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의 거취 표명 등을 요구해 왔다.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 혁신을 통해 탄핵의 거친 바다를 건너자는 것이다.

'다구리'는 일본어 이지메와 비슷하다. 한 인물이나 세력에 대해 다수가 합심해 공격하는 상황을 나타낸다. 피공격자는 고립무원의 처지다. 윤 위원장의 혁신안에 동의한 최고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원래 개혁은 혁명 보다 어렵기 마련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내는 소리는 바람 탓인가, 나무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