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커닝’ ‘현안 회피’ 퇴행적 장관 후보자들 [아침햇발]


황보연ㅣ논설위원
‘표절’은 안 되고 ‘갑질’은 된다?
끝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강행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뜨겁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 철회가 이뤄졌는데, ‘보좌진 갑질’ 의혹을 받는 강 후보자는 왜 봐주냐는 반발이 확산되는 탓이다. 표절과 갑질의 경중을 떠나 둘 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임계치는 넘어선 상태다. 장관직 수행 능력에 치명적 결함이 드러났다. 누구보다 연구 윤리에 엄격한 기준을 가져야 할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고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사람이 여가부 장관이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것이 도덕성 검증만은 아니었다. 장관으로서 정책 전문성은 미흡했고 현안에 대한 소신도 철학도 보이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사고·특목고가 폐지 대상이냐”는 질문에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당황하며 자료를 뒤적이거나 배석한 교육부 공무원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자, 청문위원들은 ‘커닝’을 하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여당 한 의원의 말처럼 ‘툭 하고 질문만 던져도 후보자의 교육 철학이 바로 나와야 하는’ 교육 현안에도 속수무책이었다.
강 후보자는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놨다. 앞서 여가부는 2023년 1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가 9시간 만에 철회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여가부 관련 직원이 대통령실 감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정책 후퇴를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었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라면 이런 맥락을 몰라서도 안 되고 정책 추진에 대한 소신도 밝혔어야 했다.
차별금지법·생활동반자법 제정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그는 일관되게 유보적 입장만 보이고 있다. ‘사회적 합의’는 그 맥락에 따라 상반된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절충안을 모색한다는 의미가 되는 반면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에 불과할 때도 있다. 차별금지법과 비동의 강간죄 등은 이미 국제사회의 합의와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계속 ‘나중에’ 하자고 미뤄온 사안들이다. 여가부가 능동적으로 추진할 의지와 계획이 없으면 논의에 부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여성계와 시민단체가 강 후보자의 정책 소신과 철학이 ‘퇴행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애초에 왜 이런 부적격 인사들이 장관 후보자가 된 걸까? 둘 다 결격 사유가 심각한데 한 사람만 살린 이유는 뭘까?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 후보자의) 자격이 된다고 봤지만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강 후보자만 살린 것은 “여당 지도부 의견”이라고 했다. 실제로 여당은 강 후보자의 ‘정책 역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가족학 박사라는 것 말고는 마땅한 근거가 없다. 대통령실과 여당으로선 ‘첫 현역 의원 낙마’라는 부담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을 둘러싼 의혹이 인사청문회 정국을 뒤흔들었는데도, 인사권자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경위 설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공개된 논문만 제대로 살폈어도 후보군에서 거를 수 있었다.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초·중등 교육 현실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단순히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을 지낸 경력이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의 구색 갖추기로 적합하다고 본 걸까. 이런 식의 허술한 인사 검증이라면 다음에 어떤 후보자가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강 후보자는 얼마나 다른가. 그간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 강 후보자는 갑질이 몸에 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갑질의 핵심은 위력이고 주로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 여가부 장관뿐 아니라 그 어떤 공직도 맡겨선 안 된다. 갑질 의혹에 대한 해명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강 후보자는 쓰레기 분리 수거와 비데 수리 등에 대한 갑질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보좌관에게 조언을 구하고 부탁을 한 것”이라고 했다. 지시나 갑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 여당이 ‘의원 불패’라는 정치적 고려만 하다가는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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