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화장실 앞에서 무너지는 버스기사…"요의 참고 운전대 잡는 게 일상"
오물과 악취로 얼룩진 시내버스 차고지 화장실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화변기에 쪼그려 앉아 사투
전문가 "생리현상 잘 해결할 수 있어야 운행의 질도 올라"

| ▶ 글 싣는 순서 |
| ①남자화장실 속에 '한 칸' 떼어주고 여자화장실이라니 ②'악취' 화장실 앞에서 무너지는 버스기사…"요의 참고 운전대 잡는 게 일상" (계속) |
광주 시내버스 차고지 화장실이 수리 없이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버스 기사들은 생리현상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사들은 생리현상도 제때 해결하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고, 인근 공공화장실을 찾아 나서는 것은 예사다.
오물 역류해 "코를 찌르는 악취"…용변 후엔 신발도 헹궈야
같은 날 찾은 광산구 도산동 차고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깨진 타일 아래로 시멘트 바닥이 그대로 드러났고, 소변기에는 오물이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찌꺼기도 제대로 청소되지 않은 채 굳어 있었다.
시내버스 노조 관계자는 "차고지의 하수관이 막힌 채로 방치돼 오물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심한 악취가 난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운전원들은 요의를 느껴도 참고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산동 차고지는 기사식당과 화장실이 맞닿아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변기의 오물이 역류해 화장실 밖까지 빠져나온다. 기사들은 소변과 빗물이 엉켜 흘러 악취가 진동하는 식당 입구를 지나쳐야만 겨우 식사를 할 수 있다.
배수관이 막혀 소변기에서 흘러나온 오물이 바닥에 고이면서 기사들의 바짓단과 신발이 젖는 일도 벌어진다. 화장실을 다녀온 기사들은 손을 씻은 뒤 신발도 꼭 흐르는 물에 헹구는 것이 습관이 됐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예전에 바지에 오물이 묻은 줄 모르고 운전석에 앉았는데 하루 종일 버스 안에서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화변기에 쪼그려 앉아 땀 흘리는 기사들

남구 월남동 차고지 화장실에는 양변기가 두 개뿐. 나머지는 다 화변기다. 한 버스 기사는 "양변기 두 개 중 하나는 고장이 나 '사용금지' 안내판이 붙여진 지 벌써 몇 달째"라고 토로했다.
화장실을 나서던 다른 버스 기사는 "날이 더워지면서 악취가 훨씬 심해졌다"며 "큰일을 보기 위해 쪼그려 앉아 있으면 땀은 줄줄 흐르고 코는 따끔거린다"라고 말했다.
월남동과 도산동 차고지를 비롯해 대부분의 시내버스 차고지 화장실에는 여전히 쪼그려 앉는 재래식 변기가 설치돼 있다. 특히 월남동 차고지 화장실은 무릎이 벽에 닿을 정도로 공간이 좁다. 협소한 공간을 최대한 나누기 위해 칸을 잘게 쪼갠 탓이다.
한 버스 기사는 직접 앉아보는 동작을 하며 "이런 곳에서 용변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화장실 정비 약속한 지 언젠데…이제서야 '부랴부랴'

불편을 견디지 못한 일부 기사들은 운행을 시작하기 전 인근 공공 개방화장실을 찾아 용변을 해결하고 있다.
또 다른 버스 기사는 "지난해 화장실을 정비해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차고지를 관리하는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공사를 마쳤어야 맞다"며 "최근 시공업체로부터 비교 견적서를 받은 상태로 오는 8월에 월남동과 도산동 차고지 화장실 모두 정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작 시내버스 기사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후불교통카드 수수료 일부를 교통시설개선기금으로 적립해 화장실이나 휴게실 등의 시설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 대책은 뒤늦고 미흡한 실정이다.
전문가들 "생리권 침해는 곧 안전 위협"
이지웅 노무사는 "휴게시간에 용변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다시 장시간 운전에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작업 관련 질환에 노출될 위험은 물론 집중력 저하로 인한 운행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 노무사는 "운수회사들이 모여 공동복지기금법인을 설립한 뒤 정부 지원을 받아 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는 "버스 기사들이 생리적 필요를 편안하게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정한 비용이 들 수는 있지만, 안전하고 질 높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며 "노동 조건이 개선되면 서비스의 질도 자연스럽게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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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한아름 기자 full@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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