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주권 지켜야”… 與, ‘원화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 드라이브
기재부·한국은행·금융위 TF 통해 법안 마련
민병덕 “연내 입법 확신… 당내 디지털자산위 설치해 논의할 것”
여당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를 위한 입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민간 기업에도 발행을 허용하되, 발행액의 100% 이상을 담보자산으로 예치토록 하는 등 조건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최근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 등 ‘코인 3법’을 통과시키며 ‘통화주권 잠식’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권에서도 ‘원화 기반 디지털 화폐 생태계’ 구축에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다음 주 초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원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보호하자는 게 기본 취지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법정화폐, 금과 같은 특정 자산 가치와 연동(페깅·pegging)해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도록 ‘안정성’을 확보한 암호화폐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1코인=1000원’식으로 코인의 가치가 원화와 연동된다.
안 의원이 발의할 법안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 주체를 한국은행에 한정하지 않고 비금융권에도 개방하되,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발행 주체는 발행액의 100% 이상을 담보자산으로 예치해야 한다.
또한 외환거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외국환거래법 규정 등을 준용해 부정 외환 거래를 방지하는 내용도 담길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위원회 내에 ‘디지털 자산관리위원회’를 설치해 금융위와 한은, 기획재정부가 총 발행량 및 관리 기준을 사전에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한은이 분산원장 내 거래 감시와 시스템 리스크를 자체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획재정부, 한은, 금융위 등 주요 기관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차례 실무회의를 거쳐 마련한, 사실상 ‘정부·여당안’이라는 게 안 의원실 설명이다. 국정기획위원회도 안 의원이 속한 국정기획분과에서 관련 입법을 중점 논의하고 있다.
안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면 통화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금융안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스테이블 코인을 외국에서 사용하면 외환이 되므로 기획재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에선 민병덕 의원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 발행을 법률로 허용하고, 비은행 민간업체도 일정 요건(자기자본 5억원 등)을 갖추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가능토록 한 것이 핵심이다. 또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설해 관련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정책을 조율하도록 했다. 민 의원안이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전반을 포괄하는 기본법이라면, 안 의원안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를 위한 특별법인 셈이다.

당내에선 미국에서 코인 3법이 통과한 것은 미국 거대 플랫폼들이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의 글로벌 유통을 사실상 합법화한 것으로, 향후 통화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민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 공부모임인 ‘경제는 민주당’ 강연에서 “한국은행에서 통화 조건 등을 얘기하면서 반대하는 기류가 있는데, 지금 세계 결제 시장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앞으로 미국은 외환거래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쓰라고 압박할 것이고 우리는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며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면 원화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될 개연성이 높다”라고 경고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21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산하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방안은 우리가 마주한 글로벌 금융 질서 전환기에 반드시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었다. 여당은 스테이블 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닌, 실물경제와 연결된 새로운 ‘디지털 화폐 인프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연내 관련 법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해당 법안을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입법 과제로 보고 있다.
민 의원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하는 게 더 안정적일지, 효율과 안정에서 균형을 찾을지를 논의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안에 될 거라고 확신한다”면서 “대선 동안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있었는데, (다시) 당내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만들어 항시적인 대응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원내와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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